매일신문

교카, 취존…아이들 단어에 진땀 뺀 어른들

대구시교육청 '한글날 우리말 토론 어울마당' 열려

9일 대구시교육청이 대구여고 강당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참여한 가운데
9일 대구시교육청이 대구여고 강당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참여한 가운데 '우리 시대의 언어를 말하다'를 주제로 '2014 한글날 기념 대구교육가족 토론 어울마당'을 열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우리 시대의 언어를 말하다.'

한글날을 맞아 대구 학생, 학부모, 교사가 우리 말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장이 열려 화제다.

대구시교육청은 9일 대구여고 강당과 교실에서 '한글날에 생각하는 말의 힘'을 주제로 '2014 한글날 기념 대구교육가족 토론 어울마당'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는 초'중'고교생 300여 명, 학부모와 교사 각 100여 명 등 500여 명이 한데 어울려 우리 말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지역 대학생 자원봉사자 100여 명은 행사 진행을 도왔다.

이날 오전은 독서 토론 시간. 참가자들은 15개 교실로 흩어져 위베르 니쌍의 우화 '개미'를 읽고 토론을 벌였다. 이 우화는 말하는 능력을 얻은 파란 개미와 초록 개미 무리가 심한 말로 서로의 실수를 질책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이것이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모두 죽음을 맞게 된다는 내용. 이기적인 소통으로 얼룩진 인간 세계를 풍자한 우화다. 토론 주제는 '초록 개미와 파란 개미는 인간의 말을 사용해서는 안된다'였다.

오후 들어 참가자들은 강당에 마련된 30개의 원탁에 나눠 앉았다. 그리고는 '그대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라고 이름 붙인 게임에 참여했다. 이 게임은 청소년들이 즐겨 쓰는 신조어, 은어 등을 맞추는 것. 학생들은 '교카'(교통카드의 줄임말), '취존'(취향 존중의 줄임말) 등에 대해 설명했으나 함께한 학부모들은 좀처럼 쉽게 답을 말하지 못한 채 진땀을 뺐다.

게임을 진행한 칠성고 박정미 교사는 "제시된 말들은 학생들이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면서 자주 쓸 뿐 아니라 방송에서도 종종 보이는 것들"이라며 "우리말이 얼마나 변형돼 있는지 심각성을 돌아보고 세대 간 소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마련한 행사"라고 했다.

원탁에 둘러앉은 참가자들은 '한글날에 생각하는 말의 힘'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소통할 수 있는 말하기(신조어, 비속어 사용 자제 등), 상대방 입장에서 말하기, 말보다 따뜻한 마음 먼저 나누기 등을 실천하자고 뜻을 모았다.

신암중 양성모(3학년) 학생은 "우리 말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행사 진행을 도운 경북대의 중국인 교환학생 송이밍 씨는 "줄임말 등 또래끼리 쓰는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말을 쓰는 게 친밀감을 표현하기 위함이겠지만 여러 사람이 소통하려면 바른말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학생들이 쪽지에 적은 의견 중에는 "어른들도 요즘 많이 쓰는 줄임말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자리를 함께한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답변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어른들이 만든 말을 일방적으로 따르라는 게 아니다. 일부만 쓰는 말이라면 대화나 소통이 아니라 암호 풀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며 "새로운 말이 보편화하기까지는 그 말을 쓰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모두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우리 말에 대해 다양한 계층이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라며 "우리 역사와 더불어 온갖 풍상을 겪으며 오늘에 이른 우리 말의 소중함을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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