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경환호 부동산 프로젝트 '명과 암' 분양 시장 '훈풍' 경기 회복 '역풍'

지난 7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시행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가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해 주택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다 9'1부동산대책에서 발표됐던 재건축연한 완화와 청약제도 개편,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등 민간 주택시장을 띄우기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곧바로 이어지면서 10월 이후 주택거래시장에도 지속적인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관련 법안들의 국회 통과 여부와 부실대출, 투자위축 등 최경환호가 순항하기까지 숙제가 적지 않다.

◆부동산 시장은 약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주택거래량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40%가량 증가한 7만8천292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같은 9월 주택거래 실적은 최근 5년간 평균 대비 26% 정도 급증한 것으로 부동산 경기가 최정점에 달했던 2008, 2009년과 흡사한 수준이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9월 마지막 주 수치가 반영되기 전에 20% 늘어난 통계를 보고 기대 이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최종 집계를 해보니 4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부 내부에서도 믿기 힘들 정도로 깜짝 놀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1~9월 누계 기준(70만 건)으로 봐도 전년(58만 건)보다 20%가량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앞으로의 주택거래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재건축연한을 30년으로 완화하고 청약시장에서 유주택자에 대한 차별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9'1대책 이후 재건축단지가 밀집한 서울 강남과 목동 재건축거래시장과 위례를 필두로 한 분양시장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건설사들의 무덤으로 불렸던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빠른 속도로 소진돼 8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전월 대비 12.8% 감소한 4만4천784가구로 기록됐다.

◆경기 회복은 하향세

주택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데 반해 주가와 환율 등 금융시장의 환경은 오히려 악화되면서 생산'투자'소비 등 주요 거시경제지표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잘나가던 수출마저 중국 경기 둔화, 엔저 등의 여파로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외악재가 겹친데다 국회에서 경기활성화 법안이 표류하면서 최경환 효과가 역풍을 맞는 상황이다.

미지근한 경기는 주요 거시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거시경제 3대 패키지 등 각종 경기부양조치로 경기 살리기에'올인'했지만 아직까지는 회복세가 더딘 모습이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서도 "일부 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미약한 경기회복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경제부총리 취임 당시인 7월 중순과 현재의 주요 시장지표를 비교해 보면 경기 회복세 둔화 현상은 더 잘 드러난다. 주가는 2,013.48포인트(p)에서 1,972.91p로 떨어졌고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약세, 엔화 대비 강세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며 채산성 악화 우려로 수출기업들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천32원에서 1천66원10전으로, 원'엔 환율은 100엔당 1천14원에서 981원으로 떨어졌다.

◆서민들은 불안

경기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거래만 살아나는 것은 자칫 서민들의 '빚 잔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LTV와 DTI 적용을 받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주택담보대출 중 30조7천억원이 부실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금액은 정부가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LTV와 DTI를 각각 60%에서 70%, 50%에서 60%로 완화하기 이전 통계로 주택대출규제 완화 이후 가계부채 관리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LTV'DTI규제가 완화되기 전인 올 상반기 말을 기준으로 LTV가 60%를 초과하거나 DTI가 50%를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은 30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LTV와 DTI규제를 동시에 적용 받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82조원의 37%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도권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LTV가 60%를 넘어선 대출 잔액은 20조9천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25%를 차지했다. DTI가 50%를 넘는 대출은 전체 대출의 18%인 14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4조9천억원은 LTV와 DTI 기준을 모두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LTV가 높은 경우 향후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DTI가 50%를 초과한다는 것은 소득의 절반을 대출금 상환에 사용한다는 뜻으로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과 보험회사의 주택담보대출 365조원 중 절반이 넘는 225조3천억원이 만기시 원금을 일시상환하는 대출로 집계됐다. 분할상환과 달리 일시상환하는 대출의 경우 이자 부담이 큰데다 만기시 가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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