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인(대구 중구 동덕로)
새벽에 자꾸 깨는데 어찌하면 좋겠냐는 나의 말에
정신과 의사는 나가서 좀 걸으라고
새벽 다섯시에요?
그래
나는 해도 안 뜬 시각, 나가서
그날 처음 한 알 먹었던 섬망을 찾아 헤매다닌다
어제저녁 먹고 나서 먹었던 약 기운이 가시고
내 광기의 혜성이 지구에 가장 가까워질 무렵
나는 신천 위 다리 한가운데쯤에서 어떤 소리를 듣는다
내 폰이 6시 반 알람을 울린다
이승열의 Why We Fail
대구은행역에서 경북대 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잘 못하는 화장이나마 하고 그날 입을 옷을 찬찬히 고르기 위해 나는 6시 반에 일어나곤 했던 것이다
차가 쌩쌩 지나다녀 알람 소리는 잘 안 들리고,
나는 폰을 귀에 가까이 대고, 내 일상이 걸었던 음성 메시지를 듣는 것처럼, 알람을 듣는다
아침에 잘 못 일어나서, 사칙 연산을 해야 꺼지는 알람을 스마트폰에 설치했다던, 휴학하고 약대 입학시험을 준비하던 과 동기
그리고 너의 알람은 무엇이냐는 말에, 이승열의 Why We Fail이라고, 우울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을 수 있어서 좋다고, 농짓거리 하던 날이
나는 내가 지나온 다리, 차갑고 검고 음각된 다리 이름을 확인한 뒤에,
얼른 폰으로 이 시를 입력한다
희망교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