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 참여마당] 시1-만짐

박혜인(대구 중구 동덕로)

새벽에 자꾸 깨는데 어찌하면 좋겠냐는 나의 말에

정신과 의사는 나가서 좀 걸으라고

새벽 다섯시에요?

그래

나는 해도 안 뜬 시각, 나가서

그날 처음 한 알 먹었던 섬망을 찾아 헤매다닌다

어제저녁 먹고 나서 먹었던 약 기운이 가시고

내 광기의 혜성이 지구에 가장 가까워질 무렵

나는 신천 위 다리 한가운데쯤에서 어떤 소리를 듣는다

내 폰이 6시 반 알람을 울린다

이승열의 Why We Fail

대구은행역에서 경북대 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잘 못하는 화장이나마 하고 그날 입을 옷을 찬찬히 고르기 위해 나는 6시 반에 일어나곤 했던 것이다

차가 쌩쌩 지나다녀 알람 소리는 잘 안 들리고,

나는 폰을 귀에 가까이 대고, 내 일상이 걸었던 음성 메시지를 듣는 것처럼, 알람을 듣는다

아침에 잘 못 일어나서, 사칙 연산을 해야 꺼지는 알람을 스마트폰에 설치했다던, 휴학하고 약대 입학시험을 준비하던 과 동기

그리고 너의 알람은 무엇이냐는 말에, 이승열의 Why We Fail이라고, 우울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을 수 있어서 좋다고, 농짓거리 하던 날이

나는 내가 지나온 다리, 차갑고 검고 음각된 다리 이름을 확인한 뒤에,

얼른 폰으로 이 시를 입력한다

희망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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