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서구 비산동 옛 대영학원 터를 인수한 A씨가 이곳에 식자재마트 건립 의지를 내비치면서 인근 골목 상권이 발끈하고 나섰다.
대영학원 부지(면적 3천547㎡)는 학원이 문을 닫은 뒤 5년간 비어 있었다. 서구청이 이곳에 대구시 산하기관을 유치하려 노력했지만, 60억원에 이르는 부지매입비를 마련하지 못해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다.
그러던 중 A씨가 지난달 25일 이 부지를 사들이자 부동산업계 등에서는 이곳에 식자재마트가 생길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급기야 서구청은 17일 A씨와 지역 상인들을 불러 식사 겸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식자재마트를 짓겠다고 공표했다. 그러자 이 부지 반경 1㎞에 있는 서부시장, 새길시장, 신평리시장 등 5개 전통시장 상인들이 상권 침해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상인들은 "대형마트의 등장과 계속된 불경기 탓에 전통시장과 작은 마트들이 망해가는 판에 코앞에 대형 식자재마트가 들어서면 우리는 길거리로 나앉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구청이 강제력을 발휘해 동네 상권을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식자재마트가 들어서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식자재마트는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달리 전통시장 인근에도 설립할 수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식자재마트는 대규모 점포 기준(3천㎡)만 넘지 않으면 전통시장 반경 1㎞ 내 입점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식자재마트는 '변종 SSM'으로 불리기도 한다.
구청의 상업시설 건축 허가도 마찬가지. A씨가 연면적 1천㎡ 미만의 상업시설로 건축 허가를 신청한다면 구청 측이 허가를 반려할 법적 근거가 없다. 대구시와 서구청 관계자는 "A씨가 건축 허가 신청은 물론 아직 설계 용역에도 착수하지 않았다. 건축 허가 신청을 하는 등 추이를 지켜보면서 지역 주민들의 생계가 위협받지 않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인근 상인들은 항의 집회를 여는 등 식자재마트 건립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서광용 대구중소상공인협회 서구지회장은 "1㎞ 반경 안에는 전통시장이 3곳이나 있는데 대형 식자재마트가 들어서면 주위 상권은 다 죽을 게 뻔하다. 대구시상인연합회 차원에서 다음 달 초 대영학원 옛터 인근에서 항의 시위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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