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5년 뒤 달걀값은 얼마

얘야,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풀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떠하니?

옛 그리스에 한 왕이 아들을 몹시 원했어.

왕은 이웃나라로 볼일을 보러 가면서 배가 부른 왕비에게 말했어.

"내가 없는 동안 출산을 할 것 같은데 아들을 낳으면 살려놓고 딸을 낳으면 없애기 바라오."

그런데 왕비는 딸을 낳고 말았어.

'어쩌지? 옳지. 마침 궁궐 앞 농부 집에서는 아들을 낳았다고 했어.'

왕비는 농부의 집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아기를 바꾸어 키우기로 하였어. 농부의 집에서도 자기 아들이 왕자가 된다고 좋아하였어.

그 무렵, 한 청년이 배를 타고 장사를 떠나면서 삶은 달걀 열 개를 샀어. 그런데 갑자기 배가 출발하는 바람에 미처 돈을 주지 못했어.

"할머니, 달걀값은 돌아와서 드릴게요."

청년은 뱃전에서 가게 노파를 향해 외쳤어.

그런데 풍랑을 만나는 바람에 무려 5년 만에야 돌아왔어.

"할머니, 달걀 열 개 값을 받으십시오. 늦어서 죄송합니다."

"무슨 소리? 그때는 열 개였지만 5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수만 마리로 늘어났을 거야. 병아리 열 마리가 닭이 되어 알을 낳고 또 낳았을 테니……. 자네가 타고 온 배를 나에게 주게."

"네에?"

청년은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왕을 찾아가 재판을 청했어.

왕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어.

이때, 농부 집으로 간 딸이 궁궐로 놀러 와서 왕자와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어.

"이번에는 내가 여왕이 되고, 왕자님은 노파가 되어 재판을 해 봅시다."

농부 집으로 간 딸은 계단 위에 앉아서 왕자를 내려다보며 말했어.

"그대는 도대체 어떻게 그리 욕심이 많은가?"

"아닙니다. 5년 전에 열 개였으니 지금은 당연히 늘어난 수만큼 받아야 합니다."

"어허! 그때 청년에게 판 달걀은 분명 삶은 달걀이었지 않으냐? 삶은 달걀에서 어찌 병아리가 나온단 말이냐?"

"네에?"

"그러니 이자를 합쳐서 서른 개 값만 받도록 하라."

"아이고!"

이 모습을 왕이 지켜보았어.

"옳거니! 바로 저것이다."

왕은 곧 청년과 노파를 불러 서른 개에 해결하도록 하였어.

"우리 임금은 정말 지혜로운 임금이야."

백성이 칭찬을 하였어.

"으음, 저 여자아이는 어디에서 저런 지혜가 나왔을까? 우리 왕자와 혼인을 시켜야 하겠군."

그러자 왕비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었어.

"그렇다면 그 아이가 내 딸이란 말이오? 아, 이제 우리나라에도 여왕이 나올 때가 된 듯하오. 하하하!"

그래, 지혜가 가득하면 큰 영광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구나.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