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등학생이 된 이모(17) 군은 잦은 복통에 시달렸다. 중학생이 되면서 시작된 복통은 올해부터 더욱 잦아지고 심해졌다. 동네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 좀 나아졌다가도 약을 끊으면 다시 배가 아프는 현상이 반복됐다.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이상을 찾지 못했다. 이 군은 "가슴도 답답하고 울렁거리고 배는 심하게 아픈데다 머리까지 쑤셔서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난다"고 푸념했다.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반복적으로 복통에 시달리면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이것저것 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원인을 모르니 부모는 자녀가 괜히 꾀병을 부린다고 여기기도 한다. 약을 먹어도 그때 뿐이고 점점 더 심해지는 경향도 있다. 이런 경우 복부 장기에 질병이 없는 기능성 위장 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스트레스가 원인
기능성 위장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은 하루 일과를 유심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아침 식사를 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일어나 학교로 향한다. 야식을 먹은 탓에 배도 더부룩하고 아침 먹기도 싫다. 점심은 허겁지겁 먹고, 오후에 수업이 끝나면 저녁은 분식으로 간단하게 해결한다. 학원에서 밤 10시까지 공부를 하고 집에 오면 늦은 저녁이나 야식을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든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명치 쪽이 답답해지고 목에 뭐가 걸린 듯 헛기침을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속쓰림과 가슴 통증이 생겨 심장 검사를 받기도 한다. 헬리코박터 감염이나 소화성 궤양이나 위'식도 역류질환 등이 나타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기능성 소화불량인 경우가 많다.
기능성 복통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배꼽 주변으로 복통이 서서히 증가하거나 급작스럽게 시작하는 경우다. 학교나 가정생활에서 받는 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등교를 해야하는 월요일에 심해지고 숙제가 많거나, 시험 때가 되면 복통이 강해지는 게 특징이다. 경쟁심이 많고 부모의 기대가 높은 청소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부모의 불화나 학교생활 부적응 등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해 위장관이 예민해져서 통증을 쉽게 느끼는 상태가 된다. 복통 외에도 늘 피곤하고 두통도 흔하다.
아랫배가 자주 아픈 청소년도 많다. 과민성 장증후군의 증상이다. 식사 후에는 화장실에 꼭 가야하고 설사도 잦다. 이런 청소년들은 탄산음료나 주스, 아이스크림, 튀김, 라면, 떡볶이 등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체중은 빠지지 않지만 긴장하면 설사가 더 잦아진다. 경과를 살피지 않으면 자칫 크론병을 놓치기도 한다.
심한 변비로 고생하는 청소년들도 많다. 변비가 아주 심해지면 변실금이 생겨 팬티를 버리기를 반복하는 유분증으로 발전될 수 있다. 설사인 줄 알고 오히려 설사약을 먹어 더 악화되기도 한다.
◆가정과 학교의 실천의지 중요
기능성 위장 장애는 장기에 특별한 병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잘못된 습관이나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 의해 악화된다.큰 병은 아니지만 아이가 겪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위식도 역류질환이나 과민성 장 증후군, 스트레스성 복통 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우선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나 위장관 염증 여부, 간, 담도, 콩팥, 췌장 등에 다른 질환이 있는지 피검사나 소변검사 등을 통해 감별을 하고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치료는 생활 습관의 교정이다. 과민성 장 증후군의 경우 찬 음식을 좋아하는 경우에 자주 발생한다. 이런 경우 설사나 변비 등이 사라진 이후 6개월 이상 음식 조절을 해야한다. 찬 음식이나 음료, 매운 음식, 초콜릿 등을 먹으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스트레스성 복통의 경우 햇빛을 보지 않는 아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이른 아침 등교해 하루종일 교실에만 머물다가 학원으로 이동하는 청소년인 경우 야외 활동을 늘리는 것이 좋다. 잘 때 불을 켜고 자는 습관이 있다면 고쳐야한다. 큰 병이 되진 않지만 역류증상이 역류성 식도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진짜 질환이 있는지 모르고 방치하다가 만성췌장염이나 콩팥염, 크론병 등을 놓치기도 한다. 치료가 잘 안되면 추가 검사를 하거나 소아 정신과 진료를 고려할 수 있다.
기능성 위장 장애를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적당한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햇볕을 받으며 운동을 할 수 있게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햇볕을 받으면 우리 몸에서는 행복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이 잘 합성되고, 부족해지면 통증도 쉽게 느낀다. 정상적인 식사를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저녁 식사 후 적어도 네 시간은 눕지 않아야한다. 자기 전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치워서 숙면을 취할 수 있게 가정에서도 습관을 길러 주는 것도 필요하다.
경북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최병호 교수는 "다 아는 이야기지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른 것"이라며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려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의 실천 의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경북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최병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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