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신해철이 떠났다. 신해철은 한 시대를 풍미한 음악가이자 자유주의 논객으로 한국 사회에 뚜렷한 존재감을 남겼다. 그의 죽음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가요계는 깊은 충격과 침묵에 빠졌다. 갑작스럽게 그를 떠나 보내야 하는 팬들은 애도의 물결로 그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신해철은 영면에 들었지만 생전에 그가 추진했던 넥스트 연말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넥스트는 12월 말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황이 없지만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고인을 추모하는 성격의 공연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해철이 남긴 유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생전 하반기 발매를 목표로 넥스트 신곡 10곡을 작업해 둔 것으로 전해졌다. 앨범 발매가 코앞에 다가왔던 만큼 앨범은 막바지 작업을 마친 상태라는 것. 고인이 넥스트 재결성에 큰 애정을 쏟았던 만큼 신곡들을 세상에 선보이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6년 만에 솔로로 컴백한 신해철은 하반기 넥스트 컴백 및 활발한 방송 활동으로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었다. 특히 신해철은 넥스트 원년 멤버인 기타리스트 정기송과 넥스트의 전성기를 함께 이끌었던 드러머 이수용, 베이스 제이드(박종대), 기타리스트 타미김, 건반에 김구호와 장기순, 트윈보컬 이현섭 등으로 멤버를 재정비하고, 넥스트의 화려한 컴백을 준비해왔다.
이와 함께 신해철이 서태지, 이승환, 김종서 등과 함께 녹음한 것으로 알려진 '나인티스 아이콘'(90's Icon)의 향배도 주목받고 있다. 이 곡은 서태지의 솔로 버전으로 앨범에 담겼지만 이들이 함께 부른 버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해철은 서태지 컴백에 맞춰 이승환, 김종서 등 동료 가수들과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 '나인티스 아이콘' 을 진행해 최근 노래를 완성, 서울의 한 녹음실에서 녹음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해철을 비롯해 이승환, 김종서, 서태지는 자신들이 1990년대 가요계를 이끌던 가수라는 점에서 착안해 '나인티스 아이콘'으로 곡 제목을 결정했다.
한편 신해철은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무한궤도의 보컬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모두가 대중음악계에 천재가 등장했다며 그를 주목했다. 그가 이끈 무한궤도는 '그대에게'의 폭발적 인기 이후 1989년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한 뒤 해체된다. 그리고 신해철의 솔로 활동이 시작됐다. 1990년 솔로 1집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로 빅히트를 친 신해철은 랩이 들어간 독특한 분위기의 곡 '안녕'과 '연극 속에서' 등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음악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1992년에는 '넥스트의 시대'가 열렸다. 신해철이 이끄는 록밴드 넥스트가 결성되었기 때문. 넥스트는 강력한 일렉트로닉 록과 범상치 않은 무대 퍼포먼스로 한국 록음악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특히 넥스트는 저항적인 노랫말과 실험적인 곡으로 정체성을 형성했다. 자신을 길들이려는 세상에 맞서라는 메시지를 담은 2집 '껍질의 파괴'와 자기 마음속에서 영웅을 찾으라는 4집 '더 히어로'와 같은 블록버스터급 메탈곡들은 넥스트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신해철은 실험적 음악을 추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솔로 2집의 작곡에 컴퓨터 음악을 도입해 1990년대 트렌드를 주도했다. 올 6월 발매한 솔로 6집에서는 오로지 목소리로만 만들어진 원맨 아카펠라 곡 '아따'를 선보였다. 또 그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에 대한 솔직한 발언으로 대중의 지지와 비난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2005년부터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대마초 합법화, 간통죄 폐지, 학생 체벌 금지 등 당시 대중이 수용하기 힘든 주장을 펼쳤다. 이로 인해 그는 비난을 받았지만 인권과 개인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며 인연을 맺은 신해철은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음악 창작활동을 멈췄고, 2012년 서거 3주기 기념 '봉하음악회'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굿바이 미스터 트러블'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사진; KCA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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