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선거구획정 인구 편차기준을 현행 3:1에서 2:1로 하고 내년 연말까지 재조정하도록 결정했다. 정치권은 '멘붕' 상태다. 우왕좌왕이다. 당장 국회의원 지역구 중 어디를 합치고 빼야 하는지, 그 셈법에 분주하다. 지역구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는 2014년 9월 기준으로 총인구 5천128만4천774명이다. 선거구는 246곳, 평균 인구는 20만8천475명. 인구 편차를 2:1로 할 경우 상한인구는 27만7천966명이고 하한인구는 13만8천984명이다. 상한을 넘으면 지역구를 분리해야 하고, 하한보다 적으면 어딘가와 합쳐야 한다. 인구 상한이 초과하는 선거구 수는 37곳, 하한미달 선거구는 25곳이다. 하지만 울산 6곳, 제주도 3곳 선거구를 빼면 대부분 합치든 빼든 조정이 불가피하다.
◆헌재가 3:1을 헌법불합치로 판결한 까닭은?
모든 지역구가 같은 인구를 가지고 있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헌재는 이번 판결에서 투표가치의 평등을 판결의 최우선 기준으로 뒀다. 헌재 판결을 요약하면 이렇다. ▷인구 편차가 상하 50%가 되면 인구가 적은 곳의 한 사람 투표가치가 인구가 많은 곳의 다른 한 사람 투표가치에 비해 최대 3배까지 크다. 즉 인구가 적은 곳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득표수가 인구가 많은 곳에서 낙선한 후보 득표수보다 적을 수 있다. ▷지역대표성이 투표가치의 평등보다 우선할 수 없다 ▷인구 편차 허용을 지금과 같이 완화되면 지역정당구조 고착화한다 ▷다음 총선까지 1년 6개월이 남아 있어 전문가로 구성된 기구에서 정책적 판단을 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 ▷외국에서는 인구 편차 허용기준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을 조정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은?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헌재 판결에 대한 과제를 4가지로 제시했다. 인구 숫자 외의 고려사항이다. 선거구획정에 행정구역, 지세, 교통 사정, 생활권의 특성, 지역의 역사성, 전통적 일체감 등 비인구적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선거구를 다시 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가 유리하도록 함부로 선거구를 정하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행 소선거구 다수대표제가 시행되는 한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구도 변화는 요원하다. 선거구획정과 관련해 우리나라 특유의 지역주의를 극복하려면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구제 개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입법조사처는 또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으로 지역구 의원은 246명, 비례대표는 54명이다.
가장 큰 문제는 누가 구속력을 가지고 선거구를 획정하느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제3의 독립기구로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선거구획정위 내 인적구성의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 선거구획정의 독립성이라는 3대 원칙이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국회도, 중앙선관위도 아닌 제3의 독립기구가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현행법대로라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구획정위가 국회에서 가동돼 제안한다. 하지만 구속력이 없어 국회에서 정략적인 변경이 이뤄질 수도 있다. 입법조사처는 "선거구와 밀접한 이해관계에 있는 국회는 법률로써 선거구획정위를 설치, 구성하고 독립성을 가진 선거구획정위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외사례는 어떤가
각 국가의 선거구획정위는 독립적이다. 프랑스, 독일, 뉴질랜드, 호주 등은 의회에서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에 대해 토론하지 못한다. 영국, 캐나다는 의회가 수정요구만 할 수 있다. 독자 안을 내거나 전면적인 수정은 불가능하다.
인구 편차는 우리나라가 가장 느슨하다. 헌재는 2001년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 도시와 농어촌 간 인구 편차, 각 지역 개발 불균형 문제를 근거로 인구 편차 기준을 상하 50%(3:1)로 제시해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은 연방대법원 판례 등에 의해 상하 10%(1.22:1)가 인구 편차 기준이다. 프랑스는 법률에 따라 상하 20%(1.5:1), 일본은 상하 33.3%(2:1), 캐나다는 상하 25%(1.67:1)이다. 독일은 상하 15%(1.35:1) 이내에서 확정하되, 상하 25%(1.67:1)를 초과하면 다시 정하도록 했다. 영국은 평균인구를 기준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인구 산정일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다는 문제가 크다. 최근의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인구유입이 예견되는 지역구와 유출될 지역구 간에 형평성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인구기준일을 법정화하고 합리적인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서상현 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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