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덕동 캠프워커 주변 "대구 이태원으로"

"대구 남구 봉덕동 삼정골길(도로명 삼정길)을 대구를 대표하는 외국인 거리로 만들 겁니다."

이달 4일 오후 1시 30분 삼정길(미군부대 캠프워커 정문 앞길), 부대를 드나드는 차량을 제외하면 인적이 드물다. 약 500m 거리에 자리 잡은 가게들 가운데 이발소 한 곳을 제외하면 손님이 없었다. 한 주민(62)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PX에서 흘러나온 미제 물건을 사려고 대구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 상권이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지금은 술집 몇 군데를 빼면 골목 경기가 사실상 바닥이다"고 했다.

삼정길 상인들이 거의 죽다시피 한 상권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캠프워커와 인접한 특징을 십분 살려서 서울 이태원에 버금가는 외국인 거리로 만든다는 다부진 목표를 세웠다.

외국인 거리로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는 지난 4월 몇몇 상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왔다. 그중 한 명이 이곳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병준(52) 씨다. 이 씨는 갤러리에서 미술품을 구입하는 외국인을 보면서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대구를 찾는 외국인이 이 동네를 찾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씨 등 상인 4명은 이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주변 상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102개 가게 주인의 동의를 얻어 삼정길상가번영회를 조직하기로 했다. 상인들이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모은 기금은 450만원. 먼저 이 돈으로 삼정길이 시작하는 캠프워커 A-3 비행장 담벼락에 '대구 외국인 거리'를 알리는 벽화를 그리기로 했다. 벽화는 미국 러쉬모어산의 '큰 바위 얼굴'을 본떠 인종별 얼굴로 채울 계획이다. 상인들은 연말까지 벽화 작업을 마무리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외국의 특색 있는 상품을 파는 '다문화 야시장'을 주 1회 열어 외국인을 그러모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상인들은 다문화센터 한 곳과 세부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상인들은 추가로 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향후 정부의 도시재생 공모사업에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병준 씨는 "다문화 야시장이 성공하면 이름뿐인 '외국인 거리'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다문화 거리'가 될 것이다"고 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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