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정(43) 경위는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군생활도 공수특전단에서 했으며 경찰도 특수기동대에서 시작했다. 서울 한강구조대 근무 때는 수십 명의 자살 기도자를 구조하고 수백 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국제행사나 대통령 선거 등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경호원으로 차출될 정도로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특수 임무통 경찰이다. 그런 변 경위가 요즘 기초질서 계도에 올인하고 있다.
◆인간 내비게이션
대구중부경찰서 중앙파출소에 근무하는 변 경위는 '인간 내비게이션'으로 불린다. 중앙로, 동성로, 통신골목 등 복잡한 골목을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로 지리에 밝다. "대구의 중심답게 이곳은 밤이 되면 사람이 더 많아지는 곳입니다. 사건사고가 많다는 뜻이죠. 또 개발이 안 돼 골목골목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찾기가 쉽지 않아요. 지리 공부 많이 했죠"라고 말하며 껄껄 웃는다.
변 경위는 눈에 띄는 건물과 간판부터 모조리 외웠다. "신고받고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달려가도 어딘지 잘 몰라요. 신고자도 자신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대충 주위에 있는 건물이나 간판 이름을 이야기하는데 알아듣지 못하면 그만큼 출동이 늦어져요. 경찰은 신고받자마자 바로 출동해야 하니까 지리에 밝아야 합니다."
하지만 대구에 산 경험이 없는 변 경위에겐 골목 공부가 쉽지 않았다. "골목골목 다니면서 기억하는 수밖에 없어요. 아무 생각 없이 외우면 금방 잊어버려요. 그래서 공부가 어려운가 봐요."
◆기초질서 계도에 올인
변 경위는 요즘 기초질서 계도에 올인하고 있다. "아침 출근길, 인도 위에 널브러져 있는 담배꽁초와 휴지 등 각종 쓰레기들, 특히 과음한 뒤 먹은 음식을 토해낸 것을 보면 맑은 기분으로 출근하는 마음이 무겁잖아요. 이를 열심히 줍고 지우고 있는 청소부 아저씨 이마에 흐르는 땀을 보면 그렇게 못 하죠."
변 경위는 도보나 차량을 이용해 순찰을 하다 보면 횡단보도가 엄연히 있는데도 무단횡단을 하거나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리고 가래침을 뱉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또 일부 얌체 운전자들은 도로 한가운데에 정차시켜 놓고 다른 통행 차량에 피해를 주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은 채 자기 볼일을 다 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중구는 대구의 얼굴입니다. 특히 골목투어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관광객이 많이 늘었어요.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아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요즘에는 거리에 침 뱉고 담배꽁초 버리는 청소년이 많아졌다고 했다. "특히 여학생 숫자가 늘었어요. 피울 수도 있죠. 저도 피웠으니까요. 그러나 뒤처리를 잘해야 합니다." 변 경위는 18세 이하는 단속을 못 하니까 계도 차원에서 꽁초를 줍게 한다고 했다. "저도 중학생 딸이 있는데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변 경위는 위반자들에게 주의를 주고, 범칙금 스티커도 발부한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재수 없게 걸렸다고 단속 경찰관들을 향해 원망의 목소리를 쏟아낸다고 했다. "'나 하나쯤이야' '이 정도는 봐줘야지' '급하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라며 항의합니다."
변 경위는 골목과 도로변이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고 법규를 지키지 않는 불법이 판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선진 국민으로서 위상을 정립해야 합니다. 담배꽁초를 줍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청소부 아저씨를 보면서 왜, 기초질서를 지켜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고 했다.
◆공수특전단 출신
변 경위는 공수특전단 출신이다. 군 생활을 마치고 1997년 특수기동대에 응시해 경찰에 들어왔다. 주로 큰 행사 때 경호 등 특수임무를 수행했다. 대테러 진압에 투입되기도 했으며 18대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 경호를 맡기도 했다.
변 경위는 운동을 좋아한다. 축구와 족구 등 웬만한 운동은 다 할 줄 안다. 특히 태권도와 유도, 권투 등 격투기는 변 경위의 주 특기다. 그래서 틈만 나면 몸 관리를 위해 운동한다.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직업이 경찰이다 보니 몸 관리는 필수죠. 특히 근접 경호나 대테러 진압에 자주 투입되다 보니 몸 단련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부르면 달려가는 경찰관
그는 무뚝뚝하다고 할 정도로 말이 별로 없다. "저도 압니다. 그래서 선후배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민원인과 대화하는 법도 배우고 좀 더 성의껏, 좀 더 상냥하게, 좀 더 몸을 낮추는 법도 배우고 있습니다. 중부서, 중앙파출소가 올 상반기 기초질서 단속에서 전국 1위를 했는데 저도 한몫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중부서 중앙파출소 파이팅!"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