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은 동물이 아닌 인간과 연애를 하는가/김성한 지음/연암서가 펴냄
어째서 동성애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남성은 여성에게, 여성은 남성에게 매혹을 느낄까? 다른 동물도 많은데 왜 하필 인간은 인간에게 성적 매력을 느낄까. 사람이 동물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도록 교육하면 그렇게 될까?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발찌를 차는 사람들은 어째서 대부분 남자들일까. 어떤 사람은 연애하는 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데, 어떤 사람은 모태 솔로로 살아갈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에 대해 이 책은 '왜?'라고 질문한다. 그리고 진화심리학을 통해 남녀의 성 심리와 연애를 파고든다. 진화심리학은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특징이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왜,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남녀 혹은 암수에는 생래적인 차이가 있으며, 이는 외형뿐만 아니라 내면의 특징에서도 나타난다고 말한다. 동일한 양육과정을 거치더라도 남녀 간에는 심리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성을 대하는 전형적인 특징에서 남녀는 다르다.
남성은 자신의 유전자를 존속, 번영시키기 위해 강한 성적 독점욕과 함께 다다익선(多多益善)을 추구한다. 남녀의 성비율이 비슷한 상황에서 한 여성에 대한 독점과 여러 여성을 차지하려는 태도는 이중적이다. 그럼에도 남성은 진화생물학적으로 이 모순된 성향을 동시에 갖는다.
남성이 성매매가 존속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 것은 '성매매가 성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성매매 여성들을 좋게 보지 않는 것은 '성적 독점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은 상대를 고르는 데 매우 신중하다. 여성이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을 경우, 남자에게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해 버림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명의 남성 중에는 건강한 남성과 건강하지 않은 남성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마침 건강하지 못한 남성과의 관계가 임신으로 이어지고 아이가 태어날 경우 여성과 아이는 매우 불리한 생존 조건에 처하게 된다. 여성 입장에서는 남자를 고르는데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큰 위험은 남성이 자신을 사랑해서 관계를 가지는 경우가 아니라 남성 특유의 '성적 다양성' 차원에서 관계를 가졌을 경우이다. 이럴 경우 남성은 여자나 아이를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아이와 여자의 생존 확률이 낮아지는 것을 의미하며, 여성이 자신의 유전자를 존속, 번영시킬 확률이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이든 성적 다양성이든 남자는 여자와 아이를 버리고 떠날 수 있다. 그럴 경우에도 여성과 아이는 생존 가능성이 낮아진다. 따라서 여성은 어떻게든 자신이 선택한 남성이 아이와 자신을 지켜줄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이 책은 '결혼문화'는 남성으로 하여금 자신과 아이에 대해 의무감을 갖게 함으로써 자신의 유전적 이익을 취하려는 여성의 선택이 문화에 반영된 것이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누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인식의 배후에는 어떤 생래적인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책은 크게 2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전반부에서는 진화심리학에서 말하는 남녀의 성 특징을 설명한다. 성폭행, 스킨십, 데이트, 결혼, 남녀의 상대에 대한 선호경향 등 남녀의 시각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후반부에서는 이런 설명을 바탕으로 연애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남성의 연애기술, 여성의 연애기술, 연애의 각 단계에서 마주치는 상황, 권태기 등을 담고 있다.
294쪽, 1만4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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