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철'은 가수다. '한국 록의 전설'이라 불리는 신중현 씨의 첫째 아들이다. 1986년 '시나위'라는 헤비메탈 록 밴드를 결성, 지금까지 활동 중인 한국 록의 또 다른 전설이기도 하다. '부활'의 김태원, '백두산'의 김도균과 함께 '대한민국 3대 기타리스트'로 불리기도 한다. TV에는 모습을 잘 보이지 않았지만 2011, 2012년 KBS 2TV의 '탑 밴드'의 코치로 출연했다.
지금까지 한 서술은 가수 신대철 씨에 대한 잘 알려진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기자가 만나본 신 씨는 '지금까지의 서술과 수식어로 지금의 신 씨를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었다. 신 씨는 적어도 '전설'이라는 수식어와 '시나위'라는 이름이 주는 영광에 안주하는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비록 40여 분의 짧은 시간 이야기를 나눴지만 신 씨가 한 이야기 속에는 늘 한국 음악의 발전과 음악인들을 위해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는 사명감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지금 음악은 얼마일까요?"
이달 5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라이브클럽 '쟁이'에서 신대철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자리는 신 씨가 지난 7월 창립총회를 연 '바른음원 협동조합'의 설립을 알리고 문화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족하는 합리적인 음원 유통 플랫폼에 대해 대구지역 인디뮤지션들과 토론하기 위한 자리였다.
신 씨는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음악 한 곡을 '멜론'과 같은 음원 사이트에서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으로 들으면 음악 제작자들에게 얼마가 돌아갈까요?" 모두들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신 씨가 밝힌 가격은 3.6원이었다. 사람들이 음악 한 곡을 스트리밍으로 들으면 이쑤시개 하나 또는 쌀 몇 톨을 살 정도의 수익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음악을 대부분 스마트폰을 통해 스트리밍으로 듣습니다.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한 달 무제한 스트리밍 이용권 가격은 6천원 정도 할 거예요. 이 이용권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음악 한 곡을 들으면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떨어지는 돈은 7.2원이고, 이를 저작인접권자, 저작권자, 실연권자 사이의 정해진 비율로 나누다 보면 결국 제작사나 가수가 받는 돈은 1, 2원 수준입니다. 100만 회가 스트리밍 돼도 실제 음악가에게 떨어지는 돈은 210만원 안팎이에요. 제작비를 회수하려면 수천만 건의 다운로드나 실시간 재생이 실행돼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그게 가능할까요?"
신 씨는 이 자리에서 음원 사이트의 불합리한 수익 배분구조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많은 수치가 난무한 가운데 신 씨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음원서비스 사업자와 음원 제작사 사이의 수익 배분에서 음원 제작사의 비율을 지금보다 훨씬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음원 생산자와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 유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후배들을 위해 나서야겠다.
신 씨가 이처럼 '바른음원 협동조합'을 만들고 음원 유통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데에는 실력 있는 후배들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묻혀버리는 지금의 현실을 안타까워한 마음이 컸다. 2011년 KBS 2TV '탑 밴드' 출연은 신 씨가 지금처럼 음원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나서게 된 수많은 계기 중 하나다.
"사실 방송국에서 먼저 '출연해달라'고 제안이 오긴 했어요. 맨 처음에는 고사했다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밴드를 오래 하다 보니 선배들은 점점 없어지는 상황이고 이제 후배들을 위해서 뭔가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또 숨은 아티스트를 발굴해 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었고요."
신 씨는 "'탑밴드'를 하면서 훌륭하고 실력 있는 밴드가 굉장히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게 됐다"고 했다. 당시 출연 밴드 중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밴드로 '게이트 플라워즈'를 꼽았다. '게이트 플라워즈'는 간혹 록 페스티벌 같은 무대에서 서로 만나기도 하고 술도 가끔씩 한단다. 그 외에도 톡식, POE, 브로큰 발렌타인 등을 언급했다. 브로큰 발렌타인을 제외한 세 팀은 '탑밴드 시즌 1'에서 준결승까지 올라간 팀이고, 톡식은 우승을, POE는 준우승을 했다. 하지만 '탑밴드' 출연 후 이들의 음악을 TV는 물론이거니와 음원 사이트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탑밴드'에서 만난 실력 출중한 그 많은 밴드들을 보면서 '이들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적당한 통로나 출구만 있다면 이들을 세상에 알려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금의 음원 사이트 시스템으로는 이들의 음악이 묻혀버릴 수밖에 없어요."
◆음악으로 음악가가 돈 벌 수 있는 세상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이 그거예요. 음악가가 음악으로 승부를 보고 수익을 내고 밥 먹고 사는 건 당연한데 지금은 그게 안 되고 있다는 거죠. 음악을 오래 하신 분들이라면 지금 상황이 예전과 너무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느낄 거예요. 음악을 하기 위해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뮤지션들은 그나마 나은 축에 속하죠. 대부분 이런저런 시도를 해도 '왜 대중들에게 안 먹히는 거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라고 생각하는 음악인들 많을 겁니다."
신 씨는 지금이라도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음원 유통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뜻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맨 처음 대기업 위주의 음원 사이트가 지금과 같은 모델을 제시했을 때 뮤지션들에게 이토록 어려움을 주는 시스템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한마디로 눈 뜨고 코 베인 거죠. 음원 사이트 측에 지금의 구조를 바꾸자고 소리쳐도 안 바꿀 겁니다. 자기들은 수익이 나고 있거든요. 차라리 음악가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 씨는 새로운 음원 유통구조가 대구지역의 인디 음악인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이 정말 꾸준히, 열심히 하는데 전국적으로 알려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참 미안한 마음이 많습니다. 미국 록 문화는 지역마다 독특한 사운드로 승부하는 록 밴드가 많다는 점입니다. 만약 대구만의 독특한 록 음악이 대구를 기반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진다면 우리나라의 음악은 굉장히 다양한 색깔을 낼 거라 확신합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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