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나쁜 상황에 부닥쳤을 때 흔히 '속이 뒤틀린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속이 뒤틀리면 응급 상황이다. 어린이들은 장중첩증일 수 있고, 성인이라면 장 협착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자리에 있어야 할 장이 접히거나 장의 통로가 좁아지면 극심한 복통과 함께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고, 그냥 참으면서 방치하면 목숨까지 위협한다. 최근에는 고인이 된 가수 신해철이 숨지기 전 장 협착증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복통 호소하는 어린이, 장중첩증 조심
장중첩증은 어린이의 복부 응급상황 중 가장 흔한 질환이다. 대부분 3세 이전에 생기고 생후 5~10개월에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장중첩증은 소장 일부가 망원경이 접히듯이 아래 장으로 끼어 들어가서 장을 막아버리는 증상이다. 장이 막혀 눌리니 붓고 피가 통하지 않아 극심한 복통을 유발한다. 장중첩증이 진행되면 음식물이나 소화액, 가스 등 내용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장폐색이 발생한다. 이로 이한 구토나 혈변을 누기도 한다. 영'유아의 경우 극심한 복통이 발작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아이가 울고 보채기를 계속하다가 늘어지며 탈수증에 빠진다.
장중첩증이 복부 초음파로 확인되면 항문을 통해 대장에 공기를 불어 넣거나 조영제를 넣어 끼어들어간 장을 원래 위치로 돌려 넣는 정복술로 치료한다. 부은 장이 가라앉을 때까진 재발 위험이 있으므로 최소한 하루 동안 경과를 살펴봐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복술 후에도 2, 3일 연속으로 장중첩이 생기기도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영'유아들은 감염이나 장염에 의해 장 주변의 임파조직이 부으면서 장중첩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장중첩증이라고 모두 다 시술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소장에서 장중첩증이 작게 생겼다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풀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반복적으로 장중첩이 생긴다면 장 주변에 장중첩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3개월 미만이나 5세 이후에 장중첩증이 생겼다면 속이 빈 소화관의 일부가 바깥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와 주머니를 형성하는 게실이나 용종, 전신 혈관염으로 복통, 관절 통증, 신장 질환 등을 일으키는 HS(헤노흐-쇤라인)자반증, 종양, 소장 기형, 혈관 이상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장중첩증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진단 후 24시간 이내에 시술만 받으면 99% 이상 어렵지 않게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시술을 48시간 후에 받게 되면 성공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너무 늦지 않았다면 수술을 통해 장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지만 상태가 나쁠 경우 장중첩 부위를 절제해야 아기를 살릴 수 있다. 경북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최병호 교수는 "장중첩증이 방치될 경우 장이 썩게 되고 장파열이나 패혈증으로 진행되므로 생명이 위험하다"면서 "이유 없이 아기가 보채고 울기를 반복할 때는 장중첩증을 먼저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복부 수술 경험 있다면 장 협착증 위험
장 폐쇄로 불리는 장 협착증은 장의 일부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병이다. 수술 후에 발생한 장 유착이 장 협착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종양이나 탈장 등도 원인이 된다. 장 유착은 수술로 인해 장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복막에 상처가 생기고 다시 아무는 과정에서 복막이 엉겨붙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 몸의 자연 치유 능력이 원인이 되는 셈이다. 정상적인 치유 과정이기 때문에 장 유착이 되더라도 대부분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진 않는다. 그러나 들러붙은 부위에 소화물질의 흐름이 막히면서 장 협착증이 올 수 있다. 또한 섬유질띠로 변한 복막에 장이 끼일 경우 올가미로 죄듯이 압박이 심해지면서 혈관이 차단돼 장이 썩거나 이로 인한 패혈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장 유착은 복부 수술 중에서도 수술 범위가 크거나, 복막을 광범위하게 벗겨 내야 하는 암 수술 후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충수염이나 위, 대장암 수술, 담낭 수술, 교통사고로 인한 장파열 등의 수술 경험이 있는 경우에 쉽게 생긴다. 암으로도 장 협착증이 발생할 수 있다. 대장의 내부가 종양으로 완전히 막히면 장 협착의 원인이 된다.
장 협착증이 생기면 4~5분 간격으로 경련성 복통이 일어나거나 구토, 심한 설사, 변비, 복부팽만을 동반하며 두통이나 현기증, 불면증 등의 증세를 겪기도 한다. 급성 장협착증의 경우 구역질과 구토, 복통, 설사를 일으키며, 심하면 근육 경련과 함께 구토물이나 설사에 혈액이나 점액이 섞여 나온다. 만성 장 협착증은 뱃속이 더부룩하고 몸이 무거우며 체중 감소나 영양 결핍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장 협착증의 경우 금식이 필수다. 구토가 심하다면 탈수증을 막기 위해 수액요법과 전해질 보충이 중요하다. 복통이 반복되거나 복통이 수 시간 동안 지속되는 경우, 수액치료로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유착된 장을 분리시키는 수술도 필요하다. 칠곡경북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 박준석 교수는 "수술을 받은 후 수년이 지난 후에도 장 협착증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반복적인 복통과 구토, 배변 장애 등의 증상을 겪는다면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최병호 교수, 대장암센터 박준석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