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천 출신 안도현 시인 특강…매일 탑리더스 아카데미

"첫눈 오니깐 당신이 보고싶어" 대신에 "당신 보고싶으니 첫눈 내리네" 해보세요

"시는 정서를 함양하기도 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시를 항상 가까이하십시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로 유명한 안도현 시인이 17일 대구 수성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초청강연을 했다.

안 시인은 현재 전라도에 살고 있지만 경북 예천 출신으로 대구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안 시인은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으로 등단했다. 그는 '연탄재' '간장게장' 등 일상에서 흔히 보는 사물들을 탁월한 시적 정서로 표현해 독자들에게 뭉클한 시적 감동을 전하는 시인이다.

안 시인은 이날 자신의 시 '너와 나'를 읽어주며 "시적인 것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그는 "'밤하늘에 별이 있다/ 방바닥에 걸레가 있다'는 시를 보여주면 사람들은 별만이 시적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걸레는 아니라고 답한다"면서 "깜깜한 밤하늘을 별이 아름답게 빛내주는 것처럼 걸레는 방바닥을 깨끗하게 닦아준다"고 했다.

그는 "시인이란 남들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을 그렇다고 하지 않고,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고 하찮고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을 주목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교사 시절 일화를 들려줬다. 안 시인은 "가을을 주제로 시를 쓰라고 하면 학생들은 '낙엽, 단풍잎, 은행잎, 쓸쓸함, 고독, 가을하늘, 가을들판' 같은 뻔한 소재만 언급한다"면서 "더운 여름엔 안 보이다가 추워지는 가을쯤 보이는 연탄을 가지고 시를 써보자고 했더니 아무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안 시인은 "연탄도 시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학생들이 이해하지 않았다"면서 "일상 속에서 재미없고 지겨워진 말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탤런트 홍은희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읽고 눈물을 쏟았던 자신의 시 '스며드는 것'에 대해 그는 "간장게장은 살아있을 때 담근다. 간장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알인 자식도 죽을 것이다. 어미 입장에서 죽음을 저녁이 오는 것처럼 받아들였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백석 시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며 시적 표현 노하우를 전수했다. 백석은 1912년 평안북도 출생으로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시와 소설을 남겼다.

안 시인은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에서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라는 시구를 처음 봤을 때 전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첫눈이 오니까 당신 보고 싶어'가 아니라 '내가 당신 보고 싶어하니까 첫눈 내리고 있다'라고 일상생활에서 문자메시지나 카톡을 보내보라"면서 "원인과 결과를 나타내는 문장 순서만 바꿔도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가을 되니까 네가 더 예뻐졌다'가 아니라 '네가 예뻐서 가을이 왔구나'라고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시인은 "한승헌 변호사가 감사원장 시절 제 시집을 사서 간부들에게 나눠줘 인기가 좋았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직원들에게 시집을 선물하면 시인들의 복지가 향상되고 세상이 좀 더 시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현철 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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