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의 눈] 노익장 김내섭 씨…대구수목원 최고령 숲해설 할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인생은 80부터라 하지 않습니까."

아담한 체구에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며 까랑까랑한 목소리, 조끼와 명찰, 모자를 착용하고 넓은 대구수목원을 견학 온 학생과 방문객들에게 수목과 식물을 열정으로 설명하는 숲생태해설가 김내섭(83'대구 남구 봉덕동) 씨. 그는 대구수목원 최고령, 최고참 해설가다.

그가 이곳에 해설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대구수목원이 개장한 이듬해부터. 그는 대구남구시니어클럽에서 숲해설가 3개월 과정을 수료한 후 본격적인 활동을 했으며 올해로 12년째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자꾸 떨어져요. 견학생이 갑자기 질문하면 알던 것도 금방 생각이 안 나 수첩을 꺼내보고 설명할 때도 있어요."

그가 가방 속에서 꺼낸 수첩에는 깔끔한 필체로 식물의 특징들이 빼곡히 잘 정리되어 있다. 계절과 특이한 식물들은 꽃과 잎 등 본인만의 노하우를 살려 식물채집첩을 방불케 했다.

숲해설가 이전에는 달성공원 무료급식, 고산골 쓰레기줍기 등 봉사와 청소년 선도 등 자신의 재능을 나누기도 했다.

"나이가 많아 바깥에서 활동하다 다칠까 염려되어 같이 살자는 자식들 마음은 알지만 스스로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혼자 사는 게 편해요."

그는 매일 오전 6시 30분에 집을 나서 1시간 후 수목원에 도착한다. 수목원 내에 넘어진 화분이나 길에 버려진 휴지, 깨진 병이 없는지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일상이 됐다.

그는 견학 온 학생들과 헤어질 때면 "건강하게 자라시고, 부디 좋은 일꾼이 되세요. 안녕히 가세요"라며 따뜻한 인사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 10년간은 숲해설 활동을 할 계획이다. 조그마한 섬에 있는 초등학교 분교나 재능을 필요로 하는 시골에서 봉사하는 게 마지막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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