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겨울이 끝날 무렵 수개월 동안은 도심이나 인가에 멧돼지 출현 112신고가 자주 접수되곤 한다. 지난주에도 경주에서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112신고가 있었다. 신고를 한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아저씨 여기 황성공원인데요, 멧돼지가 떼거리로 나타났어요.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는 못했는데 10마리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이리저리 피하고 난리예요!"
얼마 전 다른 지역에서 멧돼지의 습격을 받고 인명피해가 발생한 터라 112신고센터는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발생장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순찰차 2대를 먼저 출동시키고, 관련기관인 소방서, 야생동물보호협회, 유해조수 구조반 등에 연락해 출동하도록 했다. 경주 황성공원은 평소에도 많은 인파가 모이는 장소인 데다 특히 노인들과 어린아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자칫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119대원들과 야생동물보호협회 대원 등 관련기관의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신고자와 실시간으로 멧돼지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주변 사람들을 대피시키도록 조치를 하면서도, 굶주린 멧돼지가 어떻게 돌변할지 몰라 내심 마음을 졸이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다행히 멧돼지가 사람을 보고 놀라 황성공원 대나무 숲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또 나중에 도착한 119대원과 유해조수 구조반에서 마취총과 엽총으로 멧돼지 3마리를 사살했고 다음 날 1마리를 더 처리해 총 4마리를 사살했고, 나머지는 인근 야산으로 도망을 가면서 황성공원 멧돼지 사건은 특별한 피해 없이 일단락됐다. 나중에 알았지만 유해조수 구조반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보통 멧돼지는 가족단위로 생활하며 5, 6마리 정도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다 자란 수컷은 몸짓이 300㎏ 이상 나가는지라 물리거나 받히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이나 가을에 농작물을 훼손하고 민가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생태계 파괴로 이러한 현상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멧돼지 피해는 천적의 개체수 감소가 주원인이지만 사람들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멧돼지의 먹이가 되는 도토리, 식물뿌리 등을 무분별하게 채집함으로써 먹잇감이 부족한 멧돼지가 위험을 무릅쓰고 도심으로 내려온 것이다. 등산을 하다 보면 등산로 입구에 이런 문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토리를 주워가지 마세요. 동물들이 싫어합니다." 환경보호단체에서 제작한 푯말이 무색하게 많은 등산객들은 배낭이 가득 차도록 도토리를 싹쓸이해 오고 있다.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전 세계에서 도토리를 먹는 나라는 유일하게 우리나라뿐이다. 도토리는 옛날 선조들이 먹을 것이 없을 때 도토리 가루를 만들어 묵이나 전으로 끼니를 때우던 것이 유래가 되어 현재는 참살이 식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도토리가 몸에 좋고 맛있다 하더라도 동물들이 먹을 여유분은 남겨 두는 게 현명하지 않나 싶다. 동물들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농민들이 1년 동안 애써 키운 농작물을 훼손하고 민가에 내려와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멧돼지를 동정하는 것은 아니다. 멧돼지 원망에 앞서 우리부터 원인과 대책을 바로 세워 서로 공생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면 멧돼지 전문가로부터 전해 들은 멧돼지를 만났을 때 대처방법에 대해서 몇 가지만 얘기하고자 한다.
첫째, 멧돼지를 가까이서 만났을 때에는 도망을 하거나 움직이면 바로 공격을 하기 때문에 침착하게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멧돼지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둘째, 그래도 공격성을 보이고 돌진하면 우산을 펼쳐보이거나 바위, 건물 뒤로 재빨리 몸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몸을 숨길 때에는 사람 냄새가 많이 나도록 등지고 숨어 있는 것이 좋다.
셋째, 도망을 갈 때는 직선으로 가지 말고 지그재그로 방향을 자주 틀어주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참고로 멧돼지를 자극하는 행위 즉 귀엽다고 새끼 멧돼지를 만지거나 가까이 가는 행동은 절대 삼가자. 그리고 등산할 때 붉은색 계통의 옷을 입으면 멧돼지를 쫓는 데 효과 만점이다.
멧돼지는 될 수 있는 대로 만나지 않는 것이 좋지만 멧돼지를 보면 침착하게 행동하자. 또 후속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112나 119로 신고하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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