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장] 김장 새 트렌드

얻어 먹고…사서 먹고…아님, 절임배추라도 구매

김장은 노동이다. 김치는 시장에서 산 싱싱한 배추를 소금에 절인 뒤 각종 젓갈과 양념으로 버무리고, 또 일정 기간의 숙성을 거쳐야 비로소 탄생한다. 한국인의 밥상에 매일 올라오는 김치는 이렇게 고단한 노동을 거친 결과물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김장도 간편하게 바뀌고 있다. 미리 소금에 절인 '절임 배추'로 김장하고, 홈쇼핑, 믿을만한 반찬 가게 등을 골라 김치를 정기적으로 사먹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김장 안 하는 사람들

대구 북구 침산동에 사는 주부 조모(55) 씨는 올해 김장을 하지 않았다. 인심 좋은 아파트 이웃들 덕분이다. 김치를 얻는 데도 그만의 전략이 있다. "XX이네 이번에 김장했다면서?" "김치 맛 좀 보자"고 웃으며 말문을 열면 친절한 이웃들은 김치를 두세 포기씩 품에 안겨준다. 이렇게 이 집 저 집에서 김치를 조금씩 얻어 서로 부담을 줄여준다. 또 굴 넣은 김치, 생선젓갈을 넣은 김치 등 집집마다 특색이 묻어나는 다른 김치맛을 비교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조 씨는 이렇게 얻은 김치로 올해 겨울을 날 생각이다.

직장인 A(44) 씨도 시댁에서 김치를 받아먹은 지 벌써 3년째다. 집에 김치가 바닥나서 혼자 김치를 담가보려고 시도했지만 '깊은맛'을 내지 못해 실패했고, 홈쇼핑 광고를 보고 김치를 주문한 적도 있다. A씨는 "분가하기 전에는 매년 김장철마다 시어머니와 함께 김치를 담갔다. 일 때문에 바빠서 김장을 돕지 못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김장 재료 값을 부담했다"며 "김장을 돕지 않고 김치를 10~15㎏씩 받으면 시어머니께 죄송하고 마음이 불편하다. 나 혼자 김치를 담그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어서 김장하는 날에는 빠지지 않고 시댁에 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김장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절임 배추를 사서라도 김치를 담그려고 한다. 팔공산과 가까운 대구 동구 봉무동의 아파트단지에는 절임 배추 판매 광고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있다. '직접 농사지은' 싱싱한 배추임을 강조해 바쁜 아파트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푸드 블로그 '비바리의 숨비소리' 운영자인 정영옥 씨는 "가장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를 사용해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인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며 "절임 배추에는 어떤 소금을 사용했는지 소비자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보고 사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왕 사먹는 김치, 믿을만한 곳에서

요즘 먹거리 재료에 대한 불신이 높다. 원산지가 표기된 농산물이라도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됐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재료와 김치 제조 과정을 믿을 수 있는 단골 반찬 가게에서 지속적으로 김치를 공급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대구 수성구 마을기업인 반찬가게 '숨쉬는 밥상'은 인근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이곳 김치는 경북 봉화의 협동조합에서 사온 무농약 배추, 경북 군위 등에서 공수한 유기농 고춧가루, 생협과 안동가톨릭농민회의 젓갈을 각각 사용해 만든다. 송광근 숨쉬는 밥상 이사는 "재료는 대부분 주변 협동조합에서 사온다. 김치 맛을 낼 때도 원래 배추와 젓갈 맛을 손상하지 않으려고 화학 조미료는 아예 쓰지 않는다"며 "우리가 직접 만든 천연 조미료와 육수를 쓰기 때문에 음식을 짜게 먹는 분들은 싱겁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비영리협동조합도 믿을만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이다. 대구한살림(한살림대구소비자생활협동조합)도 마찬가지. 이곳은 건강한 밥상을 만들고, 해체돼 가는 농촌을 살리자는 취지로 출범한 곳이다. 단, 조합원으로 가입한 뒤 승인을 받아야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재 시지 신매동과 앞산, 범물 등 세 군데에서 매장을 운영한다. 대구한살림은 이미 석 달 전에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배추와 무, 김장 채소류, 절임 배추 등 '김장특별품' 주문을 받았다. 김창호 대구한살림 사무국장은 "한살림 절임 배추는 계약 재배한 곳의 배추와 세탁하지 않은 천일염으로 만든다. 또 절임 배추는 5~10㎏까지 무게별로 조합원의 계약 주문을 받은 뒤 준비하며 한 사람이 대량 구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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