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원전과 지역의 상생 패러다임

지난 2012년 9월, 경북 영덕이 새로운 원전 건설 후보지로 발표됐다. '천지원전'으로 명명된 이 원전이 건설되면 경상북도에서는 1979년 울진에 한울 1호기 건설을 위해 첫 삽을 뜬 이후 처음으로 또 다른 새로운 지역에서 대규모 국책사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은 원전 건설이 지역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희망을 품어왔다. 그러나 영덕이 원전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된 이후 지금까지 2년이 넘도록 정부는 원전건설에 따른 지역 지원에 대한 논의는 고사하고 구체적인 원전 건설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지역주민들이 품어온 희망과 기대는 서서히 사그라지는 한편,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의 여파로 원전 유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마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홍원 국무총리의 영덕 방문은 이 지역에 쌓인 불신과 회의가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가 영덕원전 건설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고, 영덕군이 제시하는 다양한 숙원사업에 대해서도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검토할 것을 약속했다. 중앙정부의 전향적인 행보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특별히 영덕지역의 경우는 원전 건설 사전단계에서부터 지역발전 상생모델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이달 11일 공식 발족한 '영덕 행복도시 만들기 포럼'을 통해 원전 유치에 따른 지역발전 방안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한다. 이 포럼에서는 영덕과 경상북도, 지역발전 전문가,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등 다양한 계층이 모여 논의와 세미나 등을 통해 영덕만의 실현 가능한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 및 실행방안 등을 도출할 계획이라 하니 기대가 크다.

이제 지역발전을 위해 원전유치라는 큰 결단을 내린 지역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원전과 지역의 새로운 상생 패러다임'을 만들어나가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살기 좋은 영덕, 행복한 영덕'을 만들기 위한 비전을 마련하고 그 구체적 실천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에 더하여 지역이 에너지 공급원으로서의 자부심까지 가질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영덕 이웃 동네인 울진군도 15년 만에 신한울원전 건설 협상이 타결됐다.

각자의 논리와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양보와 소통을 통한 타협 모델의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만큼, 경북은 국가 에너지 및 원자력정책의 최대 지지자임을 정부에서도 알아주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총리가 약속한 것과 같이 지역의 목소리에 지속적으로 귀 기울이는 한편, 안전에 대해서는 철저히 주민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와 삼척의 원전 반대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동해안원자력클러스터 조성사업이 가시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또한 한수원은 '상생'의 참 의미를 되새겨 지역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영덕의 청정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지역지원 사업계획을 선제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를 바라며, 지자체 역시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의 발전과 주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정부'사업자에 요청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타 지자체가 부러워하는 변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기존 원전 지역의 사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원전-지역 상생 패러다임이 구축되기를 희망한다.

장지상/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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