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신서혁신도시의 꿈] <3>새 환경 적응 바쁜 직원들

도로 안막혀 여유있는 출퇴근…늘어난 시간 가족과 박물관·공연장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이 올해 속속 개청하면서 혁신도시 전반에 활력이 돌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직원들이 활기찬 표정으로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매일신문 DB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이 올해 속속 개청하면서 혁신도시 전반에 활력이 돌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직원들이 활기찬 표정으로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매일신문 DB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은 본사 대구 이전이 단순한 근무지 변경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에서 지방도시로 근무지가 바뀌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직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녀를 둔 기혼자들이 대표적인 예다. 가족 동반 이주를 하려면 살 집을 구하는 일부터 가족 전체가 낯선 도시에 적응하는 일까지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단신 부임자들, '자녀'배우자 때문에 가족 동반 어려워'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공공기관 직원들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지역별로 최소 7%에서 최고 50%대에 이른다. 부산과 광주'전남이 각각 53.8%, 50.1%로 1'2위를 차지했고, 경북이 13.2%, 충북은 7.5%로 꼴찌를 기록했다. 대구는 24.4%로 4명 중 1명이 가족 동반 이주를 했다.

가족 동반 이주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이 자녀 교육과 배우자 직장이다.

한국감정원 A부장이 그런 예다. 그는 지난해 8월 한국감정원 본사가 대구 혁신도시로 이전한 후 감정원이 마련한 단신 부임자 숙소에서 동료와 지내고 있다. "서울에서 큰아이가 중학교에 다니고 있고 아내도 맞벌이를 하다 보니 저 혼자만 내려올 수밖에 없었어요. 취학 자녀를 둔 직원들은 가족 동반 이주가 사실상 불가능해요." 낯선 도시의 적응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먹고 온 가족이 이주했다가 아이와 부인이 적응을 못해 다시 서울로 유턴한 사례도 있다는 것.

주말에 서울 집까지 왕복하는 비용도 승용차는 12만원, KTX는 8만원꼴이니 한 달이면 큰 부담이다.

A부장 같은 단신 부임자들을 위해 한국감정원, 한국가스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등 대구 혁신도시 기관들은 단체 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기관에 따라 숙소를 새로 지은 곳도 있고, 아파트를 빌려 단체 생활을 하기도 한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퇴근 후 숙소 복도에서 상사나 부하 직원을 마주치면 어색해서 숙소 방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홀로 원룸 등에서 생활하는 예도 있다.

단신 부임자들의 생활은 단조로운 편이다. 본사 구내식당에서 주로 식사를 하고 퇴근 후 잔일이 없으면 숙소나 집으로 복귀한다. 낯선 곳이니 약속이 적고, 회식도 회사 근처에서 1차로 단출하게 끝낸다. 금요일 저녁쯤 동대구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 집에 갔다가 일요일 밤이면 내려오는 생활의 반복이다. 야근이 적어졌다는 이도 있고, 주말 근무를 못하면서 평일 근무 시간이 오히려 늘었다는 이도 있다. 낯선 곳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사내커플이 늘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대구 정주 여건, '이만하면 만족해요'

2살짜리 아이, 부인과 함께 올해 서울에서 대구로 이주한 한국산업단지공단의 B과장. 그는 걱정한 것보다 대구의 정주 여건이 훌륭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전업주부이고 아이도 어려 가족 동반 이주를 할 수 있었다. 원래 고향도 경남이어서 지방 생활도 낯설지 않다"고 했다. 대구에 살면서 오히려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도로에 차도 훨씬 덜 막혀 승용차 출퇴근이 편하고, 문화공연시설에도 사람이 덜 몰려 번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어린이회관, 박물관에 갔더니 체험거리도 많고 좋던데요. 삶의 질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서울보다 전통시장도 많아 좋아요."

B과장 역시 집을 구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한 달을 찾아다닌 끝에야 '운 좋게' 수성구 범어동에 3억원짜리 전세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다. "지방에 오면 집값이 쌀 줄 알았는데…. 제 예상보다 훨씬 비싸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근무하는 C씨는 작년 10월 남편과 함께 동구 신서동에 전세 아파트를 얻어 생활하고 있다. 그는 본사의 대구 이전 덕분에 주말부부 생활을 끝낸 경우다. 대구가 직장인 남편이 먼저 초교생 아이와 대구 시댁에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막상 대구로 내려와 보니 집 가까운 곳에 대형 소매점들이 있어 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 "대구만 한 혁신도시도 없는 것 같아요. 이미 정주 여건이 조성된 도시잖아요. 병원이나 음식점이 부족한 편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지 않겠어요?"

초교생 자녀, 남편과 동구에 사는 D씨는 "안심역에서 회사로 오는 교통편이 불편하고, 늦은 밤에는 혁신도시 인근에 택시 잡기도 힘들다"며 "많은 직원이 정주 여건이 좋은 수성구를 선호하는데 동구 혁신도시 일대 정주 여건도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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