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의 오언절구(五言絶句) 왕소군(王昭君)은 그녀가 흉노 땅으로 떠나는 모습을 상상해 지은 것이다. 왕소군이 옥 안장을 떨치고(昭君拂玉鞍'소군불옥안), 말에 타 고운 얼굴에 눈물 흘리네(上馬啼紅顔'상마제홍안). 오늘은 한나라 궁녀지만(今日漢宮人'금일한궁인), 내일 아침엔 오랑캐의 첩이로다(明朝胡地妾'명조호지첩)라는 내용이다.
왕소군은 한나라 궁녀로 서시(西施), 초선(貂蟬), 양귀비(楊貴妃)와 함께 이른바 중국 4대 미인으로 손꼽힌다. 미인을 뜻하는 여러 표현 가운데는 낙안(落雁)이다. 흉노 땅에 가는 길에 기러기를 보고 고향 생각이 나 금(琴)을 탔더니 그 모습에 기러기가 날갯짓을 잊고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따른다.
당시 한나라는 흉노족을 다독거리려고 궁녀를 흉노 왕의 후궁으로 보냈다. 화가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못생기게 그려진 왕소군이 선택됐다. 뒤늦게 왕소군이 절세미인임을 안 황제는 거짓 그림을 그린 화가를 처형했다 한다.
요즘 '왕'의 실세로 꼽히는 정윤회 씨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찌라시 문건 작성에서 시작해 실세 간 가려진 파워게임으로 번졌다. 한 보도에 따르면 승마선수인 정윤회 씨의 딸 문제로 시끄럽자 진상조사를 한 관계 공무원의 인사까지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 한다. 박 대통령은 장관에게 특정 국장과 과장의 이름을 들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한다. 이 두 사람은 곧 경질됐다.
이를 두고 청와대에 올라갈 보고서에 정 씨를 옹호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당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류진룡 전 장관의 이야기도 나왔다. 문체부 국'과장직이 낮은 자리는 아니지만, 대통령이 개개인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이 있고 이틀 뒤에 다시 대통령이 두 사람에 대한 인사조치 여부를 확인했다는 것을 보면, 나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있었거나, 대통령조차 어쩌지 못하는 '어떤 사람'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조작한 거짓 정보일 가능성이 더 크다. 왕소군은 평생 한나라에 돌아오지 못했지만, 황제는 자신을 속인 화가를 죽였다. 그런 역사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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