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교육과정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교육 개최를 공지한 지 불과 사나흘 만에 교육인원이 제한 범위를 훌쩍 넘어버렸다. 그만큼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나 상담을 제공해야 하는 사람들 모두 '외도'라는 주제는 뜨거운 감자였던 모양이다.
외도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외도라는 특정 상담 영역이 굳이 필요치 않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지만, 부부상담을 하다 보면 가정이라는 그릇을 위태위태하게 하는 요인 중 아직도 외도가 막강한 1순위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쯤 되고 보니 외도 상담을 소외시키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뼈대 있게 내놓고 그 분야를 다루어준다고 나서기도 뭣하다. 어쨌든, 이 교육에서는 다년간 갈등 부부를 제법 많이 만나온 상담자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럴 때는 필자도 강좌를 진행하면서 어부지리격으로 다양하고 생생한 외도 부부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으니 즐거운 일이었다.
"외도 상담할 때, 제일 난감한 것은 외도를 당한 쪽의 배우자가 우리에게 절실한 눈빛으로 묻는 것입니다. '이 남편, 정말로 앞으로는 절대 그 여자를 만나지 않을까요? 그를 믿어도 될까요?'라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나요"라고 말이다. 글쎄. 필자가 점을 보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딱히 그 물음에 선뜻 답을 할 수 있으랴. 필자가 대답 대신 공연히 턱을 괴는 모습을 보이자, 드디어 그들은 자기들 간의 피드백을 상호작용시키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자기의 외도 사실이 들통나 온 집안과 직장이 알아 버려 혼쭐이 났을 거고 용서를 빌고 맹세했으니 그쪽으로는 고개도 안 돌릴 것입니다!" 누군가 비교적 자신 있는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모두들, 그 확신에 찬 말에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며 그도 그럴법하다는 안도의 표정이 서서히 번져갈 때쯤 어디선가, 대단히 미안해하는 듯한 말소리가 들렸다.
"바람을 피운 적이 없는 사람은 그 방법이 서툴러 앞으로도 외도할 확률이 적은데예. 바람을 피워본 사람은 그 루트를 너무 잘 알아가지고예, 바람을 안 피울 확률은… 그것도 적다 캅디더."
순간, 교육장은 박장대소를 하며 폭소로 가득 찼다. 그럼에도 말이다. 씁쓸한 표정이 다시 얼굴에 찾아든 까닭은 무엇이었겠는가.
김미애(대구과학대 교수·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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