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백화점 본관 편법 주차면수 256면

주차상한제 보란 듯이 어겨…당초 대구시 신고 대수보다 40% 많은 주차 공간 마련

현대백화점이 지하주차장을 편법으로 운영해 말썽을 빚고 있다. 12일 오후 현대백화점 대구점 지하주차장에서 중구청 건축주택과 직원들이 차가 다니는 통로에 편법으로 그어놓은 선(T자형의 노란 선)을 실측하며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현대백화점이 지하주차장을 편법으로 운영해 말썽을 빚고 있다. 12일 오후 현대백화점 대구점 지하주차장에서 중구청 건축주택과 직원들이 차가 다니는 통로에 편법으로 그어놓은 선(T자형의 노란 선)을 실측하며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현대백화점이 주차 면수를 확보하려고 별도 법인 명의로 주차빌딩을 설치해 달구벌대로의 교통혼잡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백화점 주차장에 임의로 주차 선을 그어 고객 차량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만든 주차 면수만 250면이 넘는다. 이는 도심 교통혼잡을 줄이고자 도심 다중이용시설에 일정 면수 이상의 주차공간 확보를 막는 '주차상한제'를 보란 듯 비웃는 행위로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편법도 불사하는 현대백화점의 비도덕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현대백화점이 이처럼 꼼수를 부리고 있는데도 행정관청은 눈치조차 채지 못해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2일 오후 1시 30분 본지 기자는 대구 중구청 건축주택과 담당직원과 함께 현대백화점 대구점 주차장(지하 3~6층) 주차 면수 확인에 나섰다. 흰색이나 주황색 선으로 된 정식 주차장 사이의 넓은 통로(7~8m) 바닥 곳곳에 노란색으로 'ㄱ' 'ㅜ' 형태로 그어진 선이 보였다.

중구청 관계자는 "실선을 그어 주차공간을 확보했다면 불법이나, 30~50㎝의 선을 바닥에 그어 표시만 해둔 상태이다. 이는 고객들이 충분히 주차공간이라고 인식할 수 있어서 편법으로 보인다"며 "이 선들 때문에 통로 너비가 법 기준인 6m보다 좁은 5.4~5.6m밖에 확보되지 않아 이에 대한 시정 명령은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이날 지하 3층 주차장에서 한 중형차가 중앙 에스컬레이터 통로 옆에 노란색으로 그어진 'ㄱ' 표시 안에 차를 주차했으나 주차 요원들은 말리지 않았다. 더욱이 차가 연달아 몰리자 주차 요원은 이곳에 차를 대도록 유도까지 했다.

이날은 편법 주차 면에 세운 차가 많지 않았지만, 8일 오후 2시 40분쯤 찾았을 땐 지하 5층의 남쪽 통로 16면이 차들로 빼곡했다.

확인된 편법 주차공간은 ▷지하 3층 36면 ▷지하 4층 71면 ▷지하 5층 78면 ▷지하 6층 71면으로 모두 합쳐 256면이나 됐다.

현대백화점은 2011년 개점 당시 '주차상한제'에 따라 법정기준(847면)의 74.6%인 632면의 주차공간을 조성했다. 이 공간까지 모두 더하면 현대백화점의 주차 면수는 888면으로 법정기준보다 40면이나 초과하게 된다.

결국 현대백화점은 법정기준보다 한참 적은 632대의 주차 면을 조성하겠다고 하고선 개점 2개월 뒤 별도의 주차빌딩(320면)을 만들어 주차 면수를 추가로 확보했고, 이것도 부족해 백화점 주차장에 편법으로 선까지 그어 모두 합쳐 1천200대가 넘는 주차공간을 만든 것이다. 이는 대구시에 약속한 주차 면수와 거의 맞먹는(91.1%, 576대) 주차장을 꼼수로 확보한 셈이다.

이 같은 행위는 대구시의 교통영향평가를 무용지물로 만들며 대구의 주요대로 달구벌대로를 '교통지옥'화하는 주범이 됐다.

2008년 7월 교통영향평가 심의에서 '넓은 통로를 이용한 편법 주차장 확보' 우려를 지적했던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당시 백화점 지하 주차장 통로 폭을 8m(법 기준 직선 6m, 곡선 6.5m 이상)로 넓게 설계한 게 이상해 겹치기 주차 의도 등을 지적했다"며 "이후 심의를 거쳤지만 통로 폭이 크게 줄지 않았고, 결국 우려했던 대로 교통난을 부추기는 주차장 확장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선으로 표시해 놓은 공간 가운데 실제 차를 댈 수 있는 곳은 150면 정도로 이 공간은 차가 한꺼번에 몰려 혼잡이 빚어질 때 잠시 차를 대 놓는 곳이다. 나머지 100여 면은 차를 대기 불편해 주차하는 고객이 거의 없다"며 "또 주차장 내 차들은 한 방향으로 운행하도록 돼 있어 통로가 운행에 문제를 주지 않을 만큼 넓다"고 해명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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