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시가총액 1조원의 벤처 신화를 쓴 '골프존'이 자사의 스크린골프 기기를 구입한 업주들을 상대로 '갑의 횡포'를 일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골프존 기기를 사용하는 스크린골프장 사업주들은 "골프존의 부당한 영업방식으로 인해 업주들은 갈수록 수익이 떨어져 폐업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다못한 전국의 골프존 사업자들은 생존권 사수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비대위는 이달 9일 대전 '골프존 조이마루' 개장식 때 항의 방문한 데 이어, 15일에도 대전에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갖는다. 이들은 왜 분노하는 것일까?
◆"무차별적 기기 판매로 폐업 속출"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는 한 스크린골프장을 중심으로 반경 300m에 스크린골프장이 2곳 더 있다. 이들 모두 골프존의 기기를 사용한다. 그나마 2013년 말 스크린골프장 한 곳이 문을 닫는 바람에 3곳이 됐다. 이 가운데 1곳은 하루 매출이 3만~5만원에 불과해 임차계약이 끝나는 내년이면 폐업할 계획이다.
골프존의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 점유율은 84.1%(전국 5천400여 곳 사용'2013년 기준)에 이른다.
골프존이 스크린골프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성장한 반면, 이 업체의 기기를 사용하는 스크린골프장 업주들의 돈벌이는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골프존이 기존 사업자들의 영업권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기기를 판매하면서, 스크린골프장의 수익률은 떨어지고 폐업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북구 노원동에서 폐업한 한 스크린골프장 업주는 "골프존은 기기를 많이 팔면서 번창하고 있지만, 업주들은 주변에 스크린골프장이 늘면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업주들은 "골프존이 제조업체라서 프랜차이즈처럼 가맹점의 영업권 보호의무는 없지만 실제는 프랜차이즈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골프존이 사업 초기부터 업주들에게 ▷골프존 상표를 간판에 표시해달라고 요구하고 ▷골프존의 공을 사용해야 하고 ▷기기가 골프존 서버에 접속되지 않으면 작동을 못하게 하는 등 프랜차이즈 본사처럼 연습장을 관리했다는 주장이다. 강맹석 대구스크린골프연합회장은 "골프존이 직접 프랜차이즈 사업을 한다는 점을 감추고자 '골프존 네트웍스'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 업주와의 계약이나 기기 수리 등을 전담하고 있다"고 했다.
◆골프존, 영업장 빼곤 다 내 것?
스크린골프장 업주들은 골프존이 사업주들과 상생은커녕 자신들의 수익 증대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주들이 개업 당시 구입한 소프트웨어 '골프존1'이나 '골프존2'에는 무료 코스 15개가 탑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골프존은 2011년 '골프존 리얼'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모든 코스를 유료화했다는 것이다.
또 골프존은 '골프존 리얼'에 라운딩 시작 때와 중간에 광고를 넣었다. 광고 수입은 골프존이 독식했다. 이 광고로 인해 20분 정도 소요되던 홀 당 경기 시간이 40분으로 길어졌다. 당연히 스크린골프장의 회전율이 떨어져 그만큼 업주들의 수익은 줄어들게 됐다.
수성구의 한 스크린골프장 업주는 "내 돈을 들여 가게를 얻어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기기를 사들였는데, 골프존은 내 사업장에서 광고를 하면서도 그 수입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뿐 아니다. 업주들은 골프존이 호시탐탐 추가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골프존은 지난해 말 신제품인 '골프존 비전 플러스'를 출시하면서 손님이 골프존 본사에 내는 코스 이용료(R캐시)를 1인당 2천원에서 4천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가 최근 철회했다.
업주 신모(44) 씨는 "장사가 안돼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끌어 모으려는 입장에서 코스 이용료를 손님에게 부담시키지 못한다. 코스 이용료는 업주가 떠안게 된다"고 했다. 업주 이모(48) 씨는 "골프존 리얼의 경우 평일 오전 기준으로 손님 1인당 1만원을 받는데 R캐시 2천원을 골프존에 주고 부가가치세를 내면 7천원 남는다. 이 돈으로 인건비와 유지비를 감당해야 한다"며 "골프존이 이런 상황에서 2천원을 더 받겠다는 건 횡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골프존 관계자는 "업주들이 코스를 모두 유료화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골프존 리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메인 화면에서 '골프존2'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광고수익 분배 문제는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고 해명했다.
전국골프존사업자 비대위는 지난해 말부터 ▷R캐시 철폐 ▷기기 신규판매 금지 ▷중고기기 가격 보장 ▷광고 수익 배분 ▷점포 과밀 해결 ▷불합리한 이용료 인상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송경화 전국골프존사업자 비대위원장은 "골프존이 6일 내놓은 동반성장안은 업주들 요구 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생색용이다.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항의 집회는 물론, 전국 동시 1인 시위에 나설 계획이다"고 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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