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최근 한 지인에게 30만원짜리 대구은행 기프트카드를 선물했다. 평소 자신의 사업에 여러 가지 신경을 써 준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하지만 선물받은 지인은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들러 평소 봐둔 셔츠를 사고 기프트카드를 제출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매장 직원이 기프트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그는 자신의 카드로 옷을 샀다.
김씨는 "백화점에서 당연히 기프트카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인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언짢았다"고 했다.
각종 선물용으로 활용되는 금융권 기프트카드가 서울에 본사를 둔 역외 대형 백화점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대구은행은 5만~50만원짜리 기프트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선물용으로 활용되는 기프트카드는 주유소, 식당 등에서 요긴하게 사용된다. 대구백화점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등에서는 쓸 수 없다.
이들 백화점에서는 대구은행 기프트카드뿐만 아니라 여타 은행의 기프트카드도 아예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왜 이럴까? 해당 백화점들은 자사에서 발행하는 상품권 때문에 못쓰게 한다고 항변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발행하는 상품권과 은행에서 발행하는 기프트카드의 용도가 같아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는 것. 백화점들이 상품권 판매로 얻은 수익이 전체 매출의 10%가량이다. 금융권 기프트카드를 받아주면 자사 상품권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기프트카드는 일반 카드와 용도가 같아 수수료까지 덤으로 내야 하는 시스템이다. 심지어 롯데카드사에서 발행한 기프트카드도 롯데백화점에서 쓸 수 없고, 현대카드에서 만든 기프트카드 역시 현대백화점에서 사용이 안 된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상품권과 기프트카드가 시장이 겹치고 수수료까지 지급해야 하는 탓에 기프트카드를 받지 않는다"고 했고, 롯데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백화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자사 상품인 상품권 매출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기프트카드 시장도 점점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프트카드의 하루평균 사용금액은 27억원으로 사용실적이 정점에 올랐던 2010년(65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대구백화점은 금융권 기프트카드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기프트카드를 전자상품권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지만 향토 백화점으로서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차원에서 금융권 기프트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현대·롯데백화점은 유통업체로서의 책임감보다는 이익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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