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장 좋았던 성적을 기준으로 한 입시전략은 낭패 보기 쉽다

요즘의 입시는 '현실 인정'이 먼저라는 말이 있다. 학습이든 진학이든 자신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목표를 잡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학교 시험을 가장 잘 치렀을 때 받은 내신 성적이나 모의고사에서 영역별로 가장 잘 받았던 등급을 기준으로 최고치에 맞춰 학습과 입시 전략을 짰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물론 목표를 높게 잡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방법은 아니다. 특히 수능시험 점수가 핵심 전형요소인 정시모집만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좋은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학입시는 수시모집이 전체 모집인원의 70%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학들이 수능시험뿐만 아니라 내신, 논술, 서류, 면접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학습과 입시 전략을 짜야 한다.

예를 들어 예비 고1 학생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 잘할 수 있는 과목과 희망하는 진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인문'자연계열 선택을 빨리할 필요가 있다. 전공 분야까지 정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성적이나 학습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1학년 때부터 희망 진로에 맞는 과목의 실력을 높이고 활동을 심화시켜 나간다면 얼마든지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전 과목을 선행학습하고 모든 과목의 성적을 올리느라 자신의 진로에 무관심하게 지내다 보면 학생부를 충실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학습 목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진로 목표가 중요한 것이다.

예비 고3 학생이라면 1, 2학년 때의 성과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가장 유리한 전형을 선택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금까지 받은 모의고사 성적은 올라가기보다 떨어지기가 쉽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수능시험에는 상위권 재수생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모의고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까지 모두 응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목별 백분위나 성적 등락, 다른 과목과의 비교 등을 통해 전략적 학습을 해야 한다. 학생부 교과나 비교과 기록을 꼼꼼하게 짚어보고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학생부 중심전형을 준비하는 것도 재학생에게 필수적인 노력이다.

학습에서 중요하지 않은 과목이 없고, 학교생활에서 중요하지 않은 요소는 없다. 하지만 입시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상황이나 진로, 성향 등에 따라 각각의 과목이나 학생부 기록이 가져오는 차이가 천차만별이다. 기대를 높은 곳에 두고 모든 것을 준비하려는 자세보다 현실에 발을 두고 가장 효율적으로 준비하는 자세가 입시에서 성공하는 길이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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