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의 어원과 유래는 그 지역의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지명 유래의 오류는 지역의 고유한 지역성을 왜곡시켜 바람직한 지역 이해를 가로막기도 한다.
일례로, 대구 신천(新川)이 있다. 신천은 옛 대구의 대구천과 금호강 사이를 흐르는 사이내, 새내였다. 그런데 후에 이 새내를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새를 '새롭다'고 해석해, 사이 간(間)이 아닌 새로울 신(新)으로 잘못 표기하게 되었다. 즉, 신천이 '대구판관이 물줄기를 돌려 새롭게 흐르게 만든 물줄기'라는 유래는 잘못된 것이다. 이처럼 잘못된 사례는 또 있다. 바로 '담티고개'이다.
「일제시대 대구와 경산 간에 신작로를 만들 때 산을 뚫었는데 이때 산을 밀고 길을 만든 것이 집과 집 사이의 담을 티(틔)우 듯이 산을 뚫어 만들었다 하여 '담티고개'라 부르게 되었으며 인근에 대구산업정보대학과 대륜고등학교가 있어 역명을 담티(산대, 대륜)이라 함.」
대구도시철도 2호선 담티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지나가며 한두 번 보았을, '담티역의 역명 유래'이다. 현재 대구도시철도공사 홈페이지와 대구시청 홈페이지에도 위와 같이 나와 있다.
이 역명 유래를 본 순간, 머릿속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번쩍 떠오르며 이 유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수업 시간에 대동여지도에서 확인한 담티고개는 '대장현'(大墻峴)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큰 대, 담 장, 고개 현. 길을 담 틔우듯이 만들어서가 아니라, 고개의 모양이 담 같은 고개라서 담티고개인 것이었다. 다양한 고지도에서도 담티고개를 찾아보았다. 담티고개가 나오는 고지도로는 1700년대 초부터 해동지도, 경주도회, 비변사인방안지도 등이 있었다. 10여 개의 고지도에 담티고개가 '대장현'(大墻峴) 혹은 '장현'(墻峴)으로 표기되어 있어, 담티고개가 대동여지도가 제작된 시기 이전에도 담고개로 불려 왔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전국에 수십 개의 고개들이 티자로 끝나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대구 지역에도 한티, 헐티 등의 '티' 자로 끝나는 고개 이름이 자주 발견되었다. 티자는 한자어로 고개를 뜻하는 우뚝할 치(峙)가 -치 혹은 -티로 변형되어 이렇게 고개의 이름 뒤에 붙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담티고개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곁에서 든든한 '담'이 되어 주었다. 이 담티고개를 위해서, 그리고 대구시민으로서 올바른 지역관을 가지기 위해서 그 유래를 정정하는 일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오희수/rainbow_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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