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위상이 급전직하한 데는 지역 출신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5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이들은 출신이 이곳일 뿐 지역에 뿌리를 내리면서 정치적으로 성장한 인물은 없다. 지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수도권에 근거를 두고 성장했다는 말이다. 이렇게 성장한 정치인들이 과연 지역균형 발전이나 지방분권에 대한 절실함이나 인식을 가졌을지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지역에 뿌리를 둔 차세대 정치 지도자에 대한 갈망이 높은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당선된 유승민 국회의원과 대구에서 세 번째 정치적 도전에 나서는 김부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주목하게 된다.
이들은 서로 정치적 노선은 다를지라도 닮은 점이 많다. 같은 학교(고교, 대학) 출신, 국회의원 3선 등을 차치하고라도 '원칙과 신념의 정치인' '높은 도덕성' '개혁 이미지' 등은 이들을 표상하는 단어다.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혁신과 변화를 끊임없이 주창해온 것도 비슷한 점이다.
유 원내대표는 선거과정에서 단순히 새누리당과 대통령을 치켜세우기보다 혁신과 반성, 민심의 준엄함을 강조했다. 대통령에 대해서도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것은 지난 2년과 같은 방식으로 해선 안 된다는 반성이 깔렸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 전 최고위원도 새정치민주연합 내 계파정치, 편 가르기의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민심을 향한 환골탈태를 강하게 제기해왔다.
정치적인 강한 자생력과 권력 의지도 두 정치인의 닮은꼴이다.
유 원내대표는 평소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정치적 지지자이지, 결코 주군으로 모시는 주종관계는 아니다"라고 박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분명히 했다. 김무성 대표가 전당대회 이후 사무총장 자리를 제안했을 때도 단호히 거절했다. 어디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정치적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렬하다. 지역의 문제이면서, 군 공항이 있는 도시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한 K2 공군기지 이전에 대한 천착을 보면 소신 있는 정치인의 표본으로 삼을 만하다.
김 전 최고위원 역시 부드럽고 스킨십이 강한 정치인임에도 결단력 면에서는 유 원내대표 못지않다는 평이다. 3선을 한 경기 군포 지역구를 떠나 대구 총선에 나섰을 때나, 총선 고배 이후 다시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단호한 결단을 내려왔다. 대구의 정치적 지형 변화와 지역구도 타파라는 명분도 뚜렷하다. 최근 당권 도전을 앞두고도 '탈 계파'의 상당히 유리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민의 민심'을 살피며 불출마의 용단을 내렸다.
"대구분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저 친구는 대구에서 정치를 해보겠다는 사람이 사실은 당권에 더 관심 있었던 거 아냐'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는 없었다"는 게 김 전 최고위원의 설명이다. 지역 정치인으로서 뿌리를 박은 뒤에야 당권이든 대권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 두 여야 정치인이 명실상부한 차세대 정치 지도자로 우뚝 서기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 유 원내대표는 당'청과 여야 관계를 어떻게 풀어내고, 내년 총선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위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판가름 날 공산이 크다. 대구 정치권의 좌장에 머물게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권의 리더가 될 수 있기를 지역민들이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본인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차세대 정치 지도자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는 김 전 최고위원도 내년 총선이 영남에 착근한 야당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느냐, 아니면 또 다른 정치적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느냐를 가늠할 전환점이 될 것이 자명하다.
여기에다 차차기 정치 지도자로서의 꿈을 숨기지 않는 권영진 대구시장까지 어우러지면 대구경북은 전례 없이 여'야 잠룡을 함께 품은, 정치적 경쟁력이 높은 지역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걸출한 정치 지도자의 유무가 지역의 흥망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쏠리는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당사자들의 소명의식도 그만큼 엄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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