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재인의 이승만'박정희 참배, 기만적 제스처가 아니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선 이후 첫 일정으로 9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에 앞서 방명록에는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입니다.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꿈꿉니다"라고 적었다. 지난 대선 때 두 대통령의 묘소 참배를 거부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행보다. 이를 두고 문 대표가 이전과는 다른 지향(指向)의 단초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그 지향이란 바로 진영논리와의 결별이다. 진영논리는 새정치연합에 약이면서 독이었다. 새정치연합이 박근혜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도 못 챙기면서 20%대의 저조한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진영논리이고, 역설적으로 그나마 20%대를 지킬 수 있는 요인도 진영논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진영논리를 고수하면 20%대 지지는 유지하겠지만 이를 뛰어넘는 다수 국민의 지지는 절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은 진영논리의 독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 모른 채 진영논리가 선사하는 달콤한 약기운에만 취해있었다. 이런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수도권과 호남지역에서 현상유지는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권 창출은 언감생심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표의 첫 행보는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저 중도 진영의 호감을 얻으려는 일시적이고 기만적인 퍼포먼스가 아님을 증명하려면 걸맞은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그 첫 번째 과제는 선거연대를 통해 이석기 등 종북주의자들을 국회로 진출시킨 과오를 공개 사과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종북 숙주'라는 부끄러운 꼬리표를 떼고 새 출발할 수 있다. 문 대표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기대가 난망(難望)이다. 문 대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 결정 때 "정당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했다. 그다음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절망적이고 치기 어린 표현일 뿐 나라와 민생, 더 좁게는 정치 발전에 생산적 기여는 전혀 못한다. 이들 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과거와의 철저한 단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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