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라이온즈 전지훈련 오키나와 리포트] 구자욱의 발견

얼굴 말고 방망이를 봐주세요

15일 라쿠텐과의 연습경기에서 3타수 2안타 2도루 1볼넷의 좋은 성적을 올린 구자욱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이며 올 시즌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15일 라쿠텐과의 연습경기에서 3타수 2안타 2도루 1볼넷의 좋은 성적을 올린 구자욱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이며 올 시즌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믿을 만한 대타 요원의 부재이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해 대타 타율이 0.220에 그쳐 9개 구단 가운데 7위에 머물렀다. 이 부문 1위 SK(0.282)에 비하면 6푼 이상 뒤처지는 성적이다. 승부처에서 회심의 대타 카드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아쉽게 내준 경기가 적지 않았다.

그런 류 감독에게 구자욱(22)의 등장은 가뭄 끝에 찾아온 단비와 같다. '비밀병기'로서 맹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만큼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덕분이다. 류 감독은 "구자욱이 잘해주고 있지만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라는 표현으로 그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구자욱은 15일 오키나와에서 열린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2번타자 겸 1루수로 나서 3타수 2안타 2도루 1볼넷의 만점 활약을 펼쳤다. 전날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연습경기에서 1회 첫 타석 우전안타, 9회 우월 만루홈런(비거리 120m)을 기록했던 구자욱은 10일 팀 청백전에서도 우월홈런을 터뜨린 바 있다. 구자욱은 "개막전 이후에도 경기를 계속 뛰는 게 목표"라며 "팀에서 어떤 자리를 맡겨도 믿음이 가는 선수가 꼭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1군 경험이 없는 구자욱의 급부상은 선수단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인 시절부터 류 감독의 총애를 받아 '류상수'라는 별명을 얻은 유격수 김상수에 이어 또 한 명의 '양아들'이 탄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박해민에 이어 올해 삼성이 내세울 신인왕 후보로도 꼽히고 있다.

괌 1차 캠프에서 구자욱과 룸메이트였던 주전 1루수 채태인은 "요즘 우리 팀 관련 언론 보도의 절반 이상이 구자욱"이라고 대견해하면서 "올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며 웃었다. 또 구자욱과 중견수 자리를 놓고 다툴 가능성이 있는 박해민은 "입단 동기인 구자욱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모델 뺨치는 큰 키(190cm)와 곱상한 외모로 특히 여성 팬의 인기가 높은 구자욱은 대구고 재학 시절부터 삼성의 미래전력감으로 주목받았다. 3학년 때인 2011년에는 각종 국내 대회에서 0.444의 맹타를 휘둘렀고,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2라운드 지명을 받은 구자욱은 지난해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리그에서 뛰면서 타율 0.357(남부리그 1위)와 3홈런 48타점 27도루를 기록했다. 삼진은 29개를 당했지만 볼넷 41개를 골라내 좋은 선구안을 과시했다. 고교 시절에는 주로 3루수를 맡았으나 상무에서는 1루수와 외야수를 번갈아 봤다.

한편 삼성의 대타 요원으로는 우투좌타인 구자욱과 함께 우타자 김태완, 좌타자 우동균, 박찬도, 문선엽 등이 있다. 여기에다 올해 신인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최민구도 우타 외야수라는 희소성을 앞세워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스위치히터 변신을 시도했던 박해민은 오른손 타격 때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올해도 왼쪽 타석에만 들어설 예정이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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