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대구 달서구의 한 호텔 연회장에서 가슴 훈훈한 교사 퇴임식이 열렸다. 30년 전 중학교 시절 함께한 선생님 네 분을 위해 당시 제자들이 직접 마련한 퇴임식이었다. 선생님의 정년'명예퇴직 소식을 접한 제자들은 서울, 부산, 창원 등 전국 각지에서 한걸음에 달려왔고, 그 수가 100명을 넘었다.
지금은 폐교돼 없어진 경북 예천군 유천면 유천중학교 12회 동기(1985년 졸업) 320여 명은 당시 선생님 네 분을 지금까지 잊지 못한다.
장성권(62'과학), 이금자(59'수학), 최규미(58'도덕), 장재정(55'도덕) 선생님은 당시 유천중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다. 나이 차도 10살 안팎이어서 학생들은 '언니 선생님' '형 선생님'이라 부르며 잘 따랐고, 학교와 가까웠던 선생님들의 집에도 수시로 들락거렸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불러 모아 간식도 해먹이고 진로 고민도 들어주면서 밤을 새운 적도 많았다. 장재정 선생님은 "아이들이 중학교 3학년 때 치른 일제고사 결과 경북에서 우리 학교가 1등을 차지했다는 소식에 서로 부둥켜안고 방방 뛰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고, 지금도 가슴 뭉클하다"고 했다.
학생들이 졸업하면서 선생님들도 안동, 대구 등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로 뿔뿔이 흩어지자 졸업생들은 "30년 뒤 선생님을 모시고 수학여행도 가고 퇴임식도 열어 꼭 은혜를 보답하자"고 약속했다.
일부는 가끔 선생님들과 만났고, 교사들도 제자들의 대학 졸업식, 결혼식, 자녀 돌잔치 등에 참석하며 꾸준히 인연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선생님들이 곧 퇴직을 하니 동창들을 불러 30년 전 약속을 지키자"는 이야기가 나와 곧바로 준비가 시작됐다. 동창밴드를 만들고 친구들을 최대한 모은 결과 동기 중 3분의 1 정도인 100명 안팎이 회비를 보내고, 수학여행에도 동참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1박 2일 일정으로 선생님들을 모시고 경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네 분이 모두 교단을 떠나는 것을 계기로 조촐한 퇴임식을 열었다.
박동철(47) 씨는 "청소년 시절 우리에게 가장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 준 부모님, 누나 같은 분들이다. 선생님들이 오래 건강하셔서 계속 인연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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