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조합장 선거가 뭐기에?

최근 신문지상을 통해 농협을 비롯한 수협, 산림조합 등 협동조합 조합장 선거에 관한 내용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선거 과열과 부정선거 운동이 거론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공명선거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므로 이것도 한 과정이겠거니 하면서도, 언론에 지속적으로 부각되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심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농협의 사례를 보면 조합장 선거는 많은 변화의 과정을 거쳐 현재의 방식으로 굳어졌다. 초기 농업협동조합법에는 조합장을 명예직으로 하되 이사회에서 호선(서로 협의하여 정하는 방법)의 방법으로 선출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 초기 정부에서는 '협동조합의 건전한 육성'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임시조치법을 제정하여 행정기관의 승인을 받아 임명하도록 했다. 그 후 80년대에는 총대회(대의원회) 추천자를 시도지회장이 임명하다가, 민주화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80년대 후반에 드디어 조합원 직접선거에 의해 조합장을 뽑도록 하였다.

조합장의 임기는 각 조합의 설립일자가 각각 다르니 조합별로 임기만료 시기가 달랐다. 이 때문에 관련부서에서는 일 년 내내 선거관리에 매달려야 하였고, 수시로 문제가 생겨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고자 2011년 3월에 올해 3월 11일부터 전국의 모든 조합이 동시에 선거를 치르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선거 절차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도록 정하였다.

최근 대검찰청 발표에 따르면 최근 5개년간 발생한 조합장 선거사범 구속 건수는 126건이었다. 하지만 올해 전국 동시선거를 치르면서 지금까지 발생한 건수가 5건이니 앞으로 남은 기간에 좀 더 늘어난다고 보아도 상대적으로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가 아주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경찰 등 관련기관이 철저하게 사전준비를 해왔고, 이들 기관의 적극적인 계도활동에 호응하여 언론에서도 꾸준히 경각심을 불어넣어 준 덕분에 비교적 건전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농협중앙회에서는 먼저 공명선거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홈페이지에 부정선거신고센터를 개설하였다. 또 입후보 예정자 간담회도 개최하였고, 검찰 경찰과 공조하기 위하여 MOU도 체결하였다. 이와 더불어 각종 홍보물을 제작하여 배포하는 한편, 대학생들로 구성된 공명선거 서포터스를 구성하여 지역별로 계도활동을 시켰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조합장 선거 특유의 구조적인 사정도 있다. 조합장 선거는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직선거와 달리 조합 운영을 위해 출자한 조합원들 간에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다. 또 투자한 금액에 비례하여 의결권을 가지는 주식회사와도 다르게 1인 1표가 원칙이다. 그 범위가 제한되고 서로 참여의 목적이 같을 뿐만 아니라, 서로 비교적 잘 알고 있는 구성원끼리의 대표 선출이므로 과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하에서는 참여자들의 인식이나 문화가 중요한데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고, 또 점점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합장 위상에 대한 것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일부에서는 마치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으나 사실과 많이 다르다. 어느 조직이건 선출제가 되면 자연히 견제 장치가 만들어지는 셈이고, 직접선거에 의해 이사회도 구성되고 감사도 선출된다. 중앙회에서도 정기적으로 감사하고 정부에서도 주무부서가 감독한다. 또 정부 대행사업에 대하여는 감사원에서 점검하기도 한다. 조직원들 간의 갈등이 때로는 약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

안홍기/농협중앙회 대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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