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가까운 경제적 대실수'. 1914년 1월 5일 헨리 포드가 자기 공장 노동자의 하루 최저임금을 5달러로 인상한 데 대한 월스트리트 저널의 비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당 5달러는 당시 미국 내 동종업계 평균보다 2배나 높은 것이었다. 이 결정에 보수 우파는 포드를 사회주의자로 몰아붙였다.
포드는 이런 파격적 조치의 이유로 인도주의를 내세웠다. "노동자의 임금이 충분치 않으면 자녀를 제대로 먹일 수 없고, 아이들은 영양 실조에 빠지게 된다. 이들은 허약한 노동자로 자랄 수밖에 없고 취업한다 해도 산업현장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감동적이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당시 포드의 공장은 도살장에서 운영한 컨베이어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생산성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빠른 속도의 반복 작업에 노동자들이 적응하지 못했다. 포드 공장 노동자는 신경쇠약과 정신착란에 걸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직률은 무려 370%까지 치솟았다. 일당 5달러는 이런 골치 아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양보였던 것이다.
이는 포드에게 '자동차 왕'이라는 영예를 안겼다. 일당 5달러로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데다 미국 전체가 임금이 올라가면서 노동자도 자동차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최초의 '국민차'라고 할 수 있는 T모델은 1908년 출시돼 1927년 단종될 때까지 1천500만 대가 팔렸다. 이는 1970년대 독일 폭스바겐의 '비틀'이 기록을 깨기 전까지 단일 모델로서는 세계 최대 생산 기록이다. T모델 수요자 중에는 포드 공장 노동자도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런 사실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임금의 이중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기업의 생산'공급 측면에서 비용이지만 제품의 소비 수요 측면에선 구매력의 원천이란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로 연결된다.
미국 노동계로부터 '대표적인 노동착취 기업'이란 비판을 받는 월마트가 시급을 법정 최저임금(7.25달러)보다 많은 9달러로 올렸다. 뉴욕 타임스는 그 배경으로 미국 실업률 하락을 꼽는다. 실업률 하락으로 노동자 구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란 것이다. 하지만 가계의 수요를 증가시켜 기업과 가계가 '윈-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삐딱하게 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 월마트의 비자발적(?) 임금 인상을 보면서 독주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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