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설 경기 불붙었는데…대구·경북 모래가 없다

고령 골재 재고 이미 바닥, 칠곡·성주는 3,4개월치 뿐

낙동강에 보(洑)를 만든 이른바 '낙동강 살리기' 사업 이후 낙동강에서 골재(모래)를 채취하지 못하면서 대구경북 골재시장이 심각한 공급부족 상태에 빠졌다.

최근 아파트 분양 호조세로 아파트 건축이 잇따르는데다 저금리에 따른 건축 경기 호황으로 시장이 달아오르는 상황이어서 골재 공급 부족이 아파트 공기 지연'시공비 상승 등으로 이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도내 각 시군에 따르면 현재 고령은 골재 재고가 바닥났고, 칠곡과 성주의 재고도 각각 30만㎥와 10만㎥에 불과하다. 남은 양을 갖고는 대구경북지역 수요를 3~4개월 감당하기에도 빠듯한 양이다. 이들 3개 지자체가 가지고 있던 골재 대부분이 경북 중서부와 대구, 경상남도 일부 지역에 판매됐다.

대구경북 골재 부족은 낙동강 보 건설 과정에서는 물론 보가 완공된 이후에도 칠곡'성주'고령군 등 낙동강 인접 지자체들이 낙동강에서 골재를 전혀 채취하지 못하면서 빚어졌다.

골재 부족은 건설 자재 업계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칠곡군 A레미콘 관계자는 "낙동강 골재 부족으로 레미콘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며 "지난해 이맘때 낙동강 준설골재를 ㎥당 1만~1만1천원에 사들여 레미콘을 만들어왔는데 최근 물량이 달리면서 준설골재가 없다 보니 턱없이 비싼 가격인 ㎥당 1만8천원에 이르는 육상골재를 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맨홀 등 콘크리트 제품 생산업체인 성주군 D사 관계자도 "하천 모래가 부족하고 가격이 오르면서 석산 등에서 나오는 산 모래를 찾아나서고 있는데 산 모래는 품질이 나빠 제품 하자가 나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역내 건설 경기가 갈수록 활황세를 보이고 있어 몇 달 내에 '골재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지난해 경북도내 사업승인 아파트와 일반건축물 허가 건수는 각각 2만418가구와 2만55건으로, 2013년 1만1천90가구와 1만8천577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대구의 지난해 건축허가 동수 역시 7천282동으로 2013년(6천606동)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다.

대부분의 건축'토목공사가 사업승인이나 허가 후 일정기간 뒤에 착공되는 점에 비춰볼 때 올해 골재가 모자라면 현재 허가가 나있는 공사현장에 큰 타격을 입힌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낙동강에서 골재 채취를 못하면서 골재 부족은 예견됐는데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칠곡군청 김종만 건설방재과장은 "지자체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중앙정부에 대책을 요구했지만 부산지방국토청은 지난해 10월 칠곡'성주군이 공동으로 요청한 낙동강 골재 채취에 대해 불허했다"면서 "낙동강 골재 채취를 허가하도록 하는 부산국토청의 방침이 하루빨리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칠곡 이영욱 기자 hell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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