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그것의 울림, 벨소리에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기계음에서 시작된 휴대전화 벨소리는 요즘 자신만의 음악으로도 설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더욱 그것에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벨소리가 소음이 될 수도 있음을 직감한 것이다. 그래서 벨소리 고르는 것에 신경을 더 곤두세우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소음 같지 않은 소리를 찾을 수 있을까 고심하면서 여러 음악을 두루 섭렵하게 됐는데, 이것도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몇 개 선곡해서 다운로드하면 음악으로는 좋으나 벨소리로는 미흡한 곡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휴대전화가 없었다면 전혀 느낄 수 없었을 현대생활 속 당혹감 가운데 하나이다.
아, 물론 삐삐를 쓰던 때에도 고민이 있긴 했었다. 얼마 전 성황리에 끝난 한 TV 드라마에서 보여줬다. 삐삐 접속음을 녹음한답시고 집 전화기를 들고, 카세트테이프를 틀어놓고, 음성 녹음과 함께 음악을 입력하던 때였다. 전화기 안에서만 들리는 컬러링과 비슷한 기능을 한 것이어서 그랬는지 지금처럼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굴지는 않았던 듯하다. 여하튼, 휴대전화 벨소리는 가장 원초적인 감각 중의 하나인 귀를 자극하는, 현대인의 자기표현 수단이자 감성의 공유를 뜻하는 코드로 이미 오래전부터 인식되어 버린 듯하다.
나의 벨소리 선택 기준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시대성'이다. 나름 유행을 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오래 들어도 지겹지 않아야 하고, 무심결에 그 소리를 듣는 옆 사람에게도 거부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것이 '차별성'이다. 나만의 개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음악을 찾는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름 이런 요소들을 충족한다고 자부하는 벨소리 음악이 몇 개 있었지만, 대부분 TV 서바이벌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부른 노래들이라 그런지 '아, 이거다' 싶어 선택하면 얼마 되지 않아 거리 곳곳에 그 음악이 울려 나와 변별성이 없어지기 일쑤였다. 그 가운데 여전히 벨소리로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음악이 있다. 바로 아내가 선물한 곡이다. 가사는 이렇다. 'October rain, 젖은 바람 냄새. October pain, 아파했던 우리. 힐링이 필요해, 난 네가 필요해. But it's too late, 늦어버렸어. It's too late, 되돌리기엔.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 버린 너, 그대를 빼앗긴 맘. 시간의 길을 드라이브해, 기억의 끝을 달려가 나를 고치고 싶어.'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느낀다. 아, 아내여, 어찌하여 나에게 이런 벨소리를 선물한 것인가. 그리고 아는가, 벨소리를 들을 때마다 돋아나는 나의 반성과 힐링의 무게를….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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