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2·28공원에는 2·28이 없다

대구시내 한복판에는 2'28기념중앙공원(이하 2'28공원)이 있다. 이곳은 1995년 폐교하고 2003년 수성구 만촌동으로 옮겨서 재개교한 중앙초등학교의 옛 터이다.

2'28이라는 공원 이름의 유래는 공원조성연혁 표지석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 민주화의 진원이 된 2'28민주운동의 거룩한 자취가 서린 곳이다. (중략) 1960년 2월 28일 자유당 독재와 불의에 맞서 들고 일어선 대구학생의거는 들불처럼 번져 3'15마산의거를 촉발하였고 위대한 4'19혁명을 성취시켰다. 이곳에 민주화를 선구한 대구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시민 모두의 영원한 삶의 터전으로 가꾸게 하리라"라고 적고 있다.

거창한 표지석 문구와는 달리 '2'28'이라고 이름붙인 근거를 현장서 찾아내기는 어렵다. 공원 전부를 둘러봐도 연혁 표지석과 한구석의 기념 시비가 전부다. 2'28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조형물 하나 없다. 2'28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2'28공원은 그래서 그냥 도심의 공원일 뿐이다. 2'28이 2'28공원에서 푸대접이 아니라 무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2'28이라는 이름을 억지로 붙였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2'28민주운동은 55년이 지난 지금 뒤돌아 봐도 가슴 벅차오르게 하는 '사건'이었다. 특정인 주도의 거사도 아니었다. 기성세대의 지도나 사주도 없었다. 이념적 편향성도 물론 없었다. 10대 후반 학생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순수 열정, 불의에 맞선 용기의 산물이었다. 그래서 대구를 대표하는 건강한 청년정신의 표상이라고 칭송하는 이도 많다.

사람들은 그래서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되는 최근의 대구 이미지를 되살려 놓을 구원투수로 2'28 정신을 꼽는다. 열린 도시가 아니라 닫힌 도시, 젊은 도시가 아니라 늙은 도시, 새로운 도시가 아닌 낡고 오래된 도시, 활력의 도시가 아니라 침체된 도시라는 대구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버리게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꺼리'라는 것이다. 광주시장과 전남지사까지 와서 2'28민주운동 기념식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던 것도 그 무게감과 역사적 의미에 동의했기 때문일 것이다.

30주년이었던 1990년 기념식에는 김대중 대통령도 참석했다. 동서화합의 상징으로도 떠오른 2'28이었다. 2'28은 이로써 국가적 기념행사가 됐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기념식이 있을 때만 반짝 관심을 보였다가 흐지부지하기를 반복했다. 제대로 된 대접이 아니었다.

특히 2'28의 주역들은 1942년생이다. 올해로 73세다. 일선에서 은퇴할 나이다. 이분들이 대외 활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라면 시간이 많이 없어 보인다. 하루빨리 제자리를 잡도록 해야 한다.

우선 2'28민주운동 1주년을 기념해 세웠던 조형물을 2'28공원으로 '모셔와야' 한다는 제의를 하고 싶다. 지금 그 조형물은 지하철공사로 원래의 위치였던 명덕로타리에서 밀려나 두류공원 한쪽에서 더부살이 하는 신세다. 그것을 2'28 공원으로 옮겨오라는 것이다. 이름에 맞춰 제자리를 찾게 하라는 제안이다.

그리고는 2'28민주운동 기념식도 2'28공원에서 해야 한다. 지금은 두류공원 한쪽에서 열리고 있지만 시민들 모두 공감하는 장소에서, 기념 조형물이 우뚝 서 있는 가운데 기념식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기념식도 못 한다면 공원 이름에 굳이 2'28을 넣을 필요가 없다. 2'28 정신도 없는 곳에 2'28을 넣어 이름을 길게 짓는 것도 낭비라면 낭비다. 더 나아가 이날을 시민의 날로 지정하자는 이야기도 시의회나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 분출되고 있는 만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마침 권영진 대구시장은 얼마 전 55주년 기념식을 맞아 2'28민주운동에서 발현된 대구정신을 범시민운동으로 승화시키고 시민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범시민행사로 기념식도 확대,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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