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촌 디플레이션 공포…'룸 셰어링' 자취생 늘어

방세 아끼려 함께 생활·공부, 방 2개 주택에 남자 6명 거주

경북대생 박재균(21) 씨는 선배와 동기 등 6명과 함께 학교 인근 방 2개짜리 주택에서 산다.

박 씨는 "지난해에는 선배 3명과 함께 살았지만 올해 2월부터는 친구 두 명이 추가돼 모두 6명이 살고 있다. 공부방과 자는 방을 나눠 살고 있는데 월 35만원짜리 방을 6명이 나눠 내고 사니까 만족한다"고 말했다.

대학 자취생 사이에서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룸 셰어링'(room sharing)이 인기다.

1명도 거주하기 좁은 방이지만 2명 이상이 같이 생활하거나 자취생끼리 커뮤니티를 만들어 SNS를 통해 방을 직거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생활비가 넉넉하지 못한데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졸업 기한이 늘어난 대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룸 셰어링을 하면 혼자 살 때보다 불편하기 마련이다. 1인 거주 공간으로 설계돼 있어 2명이 거주하면 불편한 데다 사생활도 보장받기 어렵다. 하지만 방값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이런 불편함을 충분히 상쇄시키고 있다.

영남대 4학년 전하영(23) 씨는 홀로 자취하다 올해 들어 후배와 함께 살기 위해 조금 큰 곳으로 이사했다.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8만원으로 기존 방보다 5만~6만원 비싸지만 부담은 줄었다.

후배와 같이 살면서 방값과 생활비를 절반씩 나눠 내기 때문이다. 전 씨는 "주말 동안 학원데스크를 지키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월 40만원을 버는데 혼자 살 때는 버는 돈이 월세로 모두 나갔다. 룸 셰어링을 하면서 20만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친구와 같이 원룸을 사용하는 경북대생 최광현(27) 씨는 "함께 살면 가끔 물건 위치가 달라져 있거나 아는 친구를 데려오지 못해 불편한 점이 있지만 32만원이던 월세 부담이 반으로 줄어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천200명의 경북대 근처 자취생들이 가입한 페이스북 페이지 '경북대학교 자취생모임'에는 같이 살 사람을 구한다거나 세 명이 같이 살 원룸을 구한다 등의 게시물이 자주 올라온다. 커뮤니티 운영자 박상혁(26) 씨는 "방값 부담을 덜기 위해 대학생뿐 아니라 학교 근처 직장인과 함께 사는 학생들도 있다"고 했다.

대학생 사이에는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SNS를 통한 직거래도 활성화돼 있다.

경북대생 이진영(26) 씨는 "2월 초부터 동생과 함께 살게 돼 원래 살던 집을 계약 기간 1년을 남겨두고 이사하게 됐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방 사진을 올리고 이어 살 사람을 직접 구해 부동산 수수료를 아꼈다"고 말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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