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 개성공단을 또 볼모로 잡고 싶은가

정부가 북한의 일방적인 임금인상 조치를 따르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북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월 최저 임금을 3월부터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한다고 통보한 데 따른 반응이다. 북은 지난해 12월 일방적으로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 중 일부 조항을 개정한 데 이어 최근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의 어깃장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치는 단호해야 한다. 북한이 툭하면 일방적 주장을 펴며 개성공단 운영 주도권을 잡으려 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남북은 개성공단 조성 당시 이를 공동 운영한다는데 합의했고 각종 제도 개선 사항은 당국 간 합의를 통해 해결한다는 규정도 만들었다. 남북은 개성공단의 정상적 운영과 발전을 위해 이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임금 인상 통보는 남북 합의에 위배된다.

남북합의서는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임금은 전년도 종업원 최저 임금의 5%를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통보한 임금 인상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협의 없는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에 있다. 북이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남북 합의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려는 숨은 뜻을 알기 어렵다. 북은 남측이 13일 만나 이를 협의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묵살하고 있다.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는 남북이 협의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올해로 예정된 개성공단 토지 사용료 부과 문제도 쟁점이다. 이번 임금 인상 주장이 통하는지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어깃장이 통하면 북은 또 다른 남북 합의 조항에 대해서도 그들에게 유리하게 개정하려 들 것이다.

북이 과연 개성공단 발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다. 지난 2013년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극복하고 재가동에 들어간 것도 남북이 누리는 실익과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는 5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북한 근로자 평균 임금의 1.5배를 받는 양질의 일자리다. 북은 남북 합의를 성실히 이행해야 하고, 정부는 북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더 이상 끌려다녀선 안 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