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나이스 타이밍

우리 삶에 있어 타이밍이란 참 중요하다. 상황 또는 행위의 결과가 가장 효과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 최고의 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 완벽한 '때'를 기회로 삼아 최적의 결과를 얻어낸 그 순간을 우리는 '나이스 타이밍'이라 말한다.

운 좋게 완벽한 때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할 때가 더 많다. 이를 위해선 상황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순발력과 상황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깊은 통찰력이 필요하다. 개인, 사회 또는 국가 등 주체가 무엇이 되었든, 그 주체가 무엇을 행함에 있어 타이밍은 참 중요하다.

꽤 오래전의 일이다. 외래에서 환자를 보고 있는데, 복도에서 다급한 목소리의 구호 요청이 들려왔다. 황급히 나가보니 흉부외과 치료를 기다리던 환자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얼굴이 창백해져 쓰러져 있었다. 급히 환자를 진료실 내 침대로 옮겼고, 기관 삽관을 통해 기도를 확보하고 응급조치를 한 결과 별 후유증 없이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되었다면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처럼 사람의 생명을 두고 분초를 다투는 병원에서는 이 적절한 타이밍이 특히 더욱 중요하다.

환자의 치료 시기뿐만 아니라 예방접종에도 최적의 타이밍이 필요하다. 진료실을 찾아오는 환자들 가운데는 최근 수년간 대상포진 환자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 병은 한 번 발병하게 되면 쉽게 치료가 되지 않아 환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 준다. 최근 대상포진 예방접종 약제가 개발되어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약제는 50세 이후 접종이 가능하며 나이가 많아질수록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 그러므로 50세가 지난 직후 접종하는 것이 적기인 셈이다.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환자 스스로 알고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예방법은 없을 것이다.

사회가 앓는 갖가지 병폐를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도 역시 최적의 타이밍이 존재한다. 최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세계정세를 살펴보자.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주변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늘 불안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더구나 분단이라는 상황 때문에 주변 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사면초가에 빠질 위험이 있다. 대통령을 위시한 많은 정치지도자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사회지도자들과 종교지도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정말 중요한 순간이다. 이 중요한 순간을 현명하고 슬기롭게 잘 헤쳐나간다면, 혹시 닥쳐올 국가적 위기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이 순간이 바로 한국의 나이스 타이밍이 된다.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완벽한 타이밍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매 순간이 최적의 때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럼 언젠가 마치 기적처럼 각자의 나이스 타이밍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상곤(대구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통증크리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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