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항공 틈새 벌린 저가항공…작년 54만명 이용 '사실상 추월'

올해 1,2월 이용객 13만4천 명 대형항공 12만9천 명보다 많아

대구공항에 취항한 저비용 항공사들의 시장 장악력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공격적 마케팅으로 취항 1년 만에 대구공항 기준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취항 노선 다양화와 편수 증가로 지역민들의 항공 노선 이용 편의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으며 고속철 개통 이후 침체됐던 대구공항도 붐비는 승객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항공업계는 저비용 항공사의 국제선 취항 노선 및 편수 확대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어 대구공항이 국제공항으로서의 면모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의 뒤집기 승리

대구공항에 취항한 저비용 항공사는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2개사로 지난해 취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3월 신규 취항 이후 대구공항에서 가장 많은 승객을 태웠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의 지난해 4~12월 승객 수(국내'국제선)는 41만3천413명(2천454편)으로 대한항공의 33만5천383명(3천273편)과 아시아나항공의 27만4천449명(2천171편)을 크게 앞질렀다.

1편당 승객 수로 환산하면 티웨이항공이 168명으로 아시아나항공(126명)과 대한항공(102명)보다 각각 25%와 39%나 많다.

제주항공까지 가세한 지난해 8~12월의 승객 수도 저비용 항공사 두 곳이 34만3천515명으로 대형 항공사 두 곳의 34만3천656명과 거의 같았다. 이 기간 저비용 항공사 두 곳의 운행 횟수가 2천77편으로 대형 항공사 두 곳의 3천32편보다 31%(955편)나 적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저비용 항공사의 승객 동원력이 훨씬 더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 들어서는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1, 2월 승객 수는 티웨이 8만4천397명, 제주가 4만9천993명으로 저비용 항공사 탑승객 수가 13만4천390명을 기록, 대한항공(6만2천282명)과 아시아나 항공(6만7천143명) 탑승객 수 12만9천425명을 앞질렀다.

국제선에서도 대형 항공사에 압승을 거뒀다. 지난해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의 국제선 승객 수는 각각 4만5천216명(276편)과 7천729명(57편)으로 대한항공 1만2천905명(94편)과 아시아나항공 138명(1편)에 비해 4배나 많았다. 이들 저비용 항공사는 각각 지난해 3월과 7월에 뒤늦게 취항했음에도 대형 항공사를 압도한 것이다.

티웨이항공은 취항 다음 달인 4월(4만4천186명)에 두 대형 항공사를 제치고 대구공항 내 가장 많은 승객 수를 달성했고, 이후 연말까지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가격 경쟁력 앞세운 마케팅 주효

저비용 항공사의 가파른 상승세의 원인은 가격 경쟁력. 운임이 대형 항공사에 비해 저렴한 데다, 수시로 특별 할인 행사를 벌이면서 공격적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 지역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이달 3일 기준으로 비성수기 대구~제주 노선 편도 항공권(유류할증료와 공항사용료 포함)은 저비용 항공사가 대형 항공사에 비해 16% 정도 싸다. 주말(금~일요일) 편도 항공권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8만7천200원,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은 각각 7만3천400원과 7만3천200원으로 약 1만4천원이 저렴하다.

특별할인을 적용하면 훨씬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은 홈페이지와 모바일 웹에서 매주 수요일 정기 할인 행사로 '얼리버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2월 2주 동안 대구~제주 노선 편도 항공권을 2만2천700원부터 판매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7월 대구~제주 노선을 취항하면서 편도항공권을 3만4천500원부터 판매했고, 올 1월 20일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전 노선을 최대 95%까지 할인, 홈페이지 마비 사태까지 빚었다.

이에 반해 대형 항공사들은 할인에 소극적이다. 정상 가격으로 구입한 고객의 눈치를 봐야 하고, 저렴하다는 이미지가 굳어지면 장거리 항공권 판매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들은 저가 항공료가 서비스까지 낮춘다는 이미지를 의식해 저비용 항공사처럼 드러내고 할인 마케팅을 하지 못한다"며 "항공권을 호텔과 렌터카 이용권과 묶어 팔면서 할인해 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저비용 항공사의 고공행진 이어질까

저비용 항공사들의 공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제주항공이 대구~중국 베이징 노선, 티웨이항공이 대구~중국 상하이 노선을 각각 취항했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이달 30일부터 대구~일본 오사카 노선에 항공기를 띄우고, 추가로 연내 대구~홍콩 노선과 내년 상반기에 대구~일본 나리타 노선도 계획하고 있다.

부산을 기반으로 한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부산까지 올 6월과 8월 대구~중국 옌지(연길) 노선과 대구~장자제(장가계) 노선을 각각 선보일 예정이다.

김영무 대구시 교통정책과장은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저비용 항공사는 대구공항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이용해 본 지역민들도 안전과 서비스에 대한 우려를 털어냈다"며 "저비용 항공사는 국제선 개척에도 대형 항공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대구공항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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