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연구 인력이 전체의 절반 차지
좋은 일자리 부족 유능한 인재 유실
정부, 이공계 인력 채용 기업 지원
경쟁력 높이고 청년실업 해소 기대
3월이다. 꽃샘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사람들의 가벼운 옷차림에서, 사무실에서 내다보이는 초례봉의 자태에서 봄기운이 물씬 느껴진다.
해마다 봄이 되면 대학 캠퍼스에는 희비가 교차한다. 부푼 가슴을 안고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이 있는가 하면 취업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졸업생들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청년실업률은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인 9.2%를 기록했다. 취업준비생과 취업희망자 등 잠재적인 구직자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2%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로도 모자라 내집 마련과 취업, 꿈, 희망까지 포기한다는 '7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왔으니 청년들의 시름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때, 아이러니하게도 연구개발(R&D) 분야는 오히려 인력 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중소기업의 R&D 인력 부족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술이 곧 경쟁력'이라는 변화된 경제환경 아래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창조적 연구를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연구 인력은 2013년 기준 약 15만5천580명으로, 전체 연구 인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고급 연구 인력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연구개발활동조사(2012년)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박사연구원은 총 8만7천여 명으로 이 중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7.1%에 불과했다. 78.8%가 출연연구기관 혹은 대학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기술능력 수준(2013년)은 세계 최고기술과 비교해 평균 77.4% 수준이었다. 전체 제조업의 99%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R&D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R&D 지원시스템을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장비와 같은 물적 투자에서 사람 중심 투자로 전환해 중소기업 R&D 인력을 양성하고 더 나아가 청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산자부에 따르면 2011년 '고용촉진형 인건비제도' 도입 이후 중소기업의 R&D 인력 신규채용은 기존 2천370명에서 2012년 4천734명으로 무려 99.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적자본 중심의 투자가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산자부는 앞으로 R&D 인건비 지원 비중을 현재 27.7%에서 2017년 40%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중소기업 R&D 인력난을 해소하는 단비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R&D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에 열심히 앞장서고 있는 중소기업이 가장 탄탄해야 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취업준비생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싶다고 답한 비율이 18.5%로 가장 많았고 대기업(18.4%), 정부기관(14.3%)이 뒤를 이었다. 대기업을 선호했던 청년들의 눈높이가 무한한 가능성을 갖춘 중소기업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유능한 인재들이 비전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일터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 고급인력의 5년 내 이직률이 68%에 달할 정도로 인력 유실도 심각한 실정이다.
중소기업의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사람 중심의 R&D 지원이 중요하다. 지난해 정부는 이공계 인력 채용 시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거나 가산점을 주는 등 중소기업 R&D 인력난 완화를 위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R&D 기술개발로 기업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R&D 지원으로 신규인력 채용과 고용안정을 꾀하겠다는 목표다. 사람을 향한, 사람을 위한, 사람을 생각하는 R&D 지원시스템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대한민국 경제성장은 물론,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R&D, 오직 사람이 희망이고 경쟁력이다.
하상태/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창의산업평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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