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박애-사랑의 봉사

▲이 철 우
▲이 철 우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이 지나갔다. 기독교를 '사랑의 종교'라 일컫는 중요한 의미가 '그리스도의 부활'에 담겨 있다. 자신의 희생을 통해 이 사실을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 구원을 약속하는 죽음과 그 죽음을 이겨낸 승리의 사건이다.

부활절을 지나면서 음악사에 나타난 '사랑의 봉사'에 대한 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1517년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한 이후 구교의 예배의식(미사)에서 사용해 오던 미사통상문을 중심으로 한 성가들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던 독일 루터교회에서는, 자연스럽게 신교의 교리적 성향에 부합하는 예배음악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코랄'(Choral)이라 불리는 '회중찬송'이었고, 코랄은 '찬송가'라는 통용어로 지금까지도 개신교 일반 예배음악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사통상문을 가사로 하는 구교의 전례음악들은 대체로 연주를 위해 전문지식과 예술성이 요구되었던 점에 비해, 코랄은 현재 개신교의 찬송가처럼 1절 2절 등 동일한 선율에 가사를 붙여서 부르는 유절가곡형식을 지녔다. 또 남녀노소귀천(男女老少貴賤)을 막론하고 누구나 쉽게 같이 부를 수 있는 예배음악이었다. 그래서 모든 신도들은 이 선율을 제창(Unison)하고 거기에 오르간 연주자의 즉흥연주 반주가 곁들여지면 멋진 음악으로 완성되는 형태의 예배음악이었다. 단, 독일 교회의 코랄은 한국의 찬송가와는 달리 현재까지도 4성부 화음악보가 아닌 멜로디와 가사만 붙은 악보로 되어 있다.

이 코랄에는 음악'역사적 의미와는 상관없이 250여 년 이후 1789년부터 일어난 프랑스혁명의 3대 정신인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이 포함되어 있었다. 남녀노소귀천을 막론하고 다 같이 예배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평등의 정신은 계급사회였던 당시의 상황에서 기적 같은 일이었다. 전문성이 전제되지 않은 예배음악에의 참여는 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독선을 배제하는 동질성의 목적하에 자유와 편안함을 제공하였고, 전문인(오르간 연주자)의 참여로 조화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같이 누릴 수 있는 예배음악의 완성이 이 코랄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사실 '박애주의'의 사랑은 '사랑의 봉사'이다. 자신의 재능, 지식, 물질적 부요함을 자신보다 못한 타인을 위해 사용해 조화의 기쁨과 풍성한 나눔을 실현하는 사회적 이상을 담은 봉사를 의미한다.

부활절의 의미가 나를 죽여 만인을 살리는 사랑에 있고, 코랄의 의미가 자유의 책임, 평등의 권리를 넘어 사랑의 봉사에 대한 의무와 사명감의 실행에 있음을 기억하며, 이기(利己)가 아닌 이타(利他)를 생각하고, 더 아름다운 이상세계의 실현을 위한 작은 배려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스스로 행동으로 그 사랑을 실천해 보는 계기가 되길 다짐해 본다.

(작곡가 음악칼럼니스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