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모든 도서관에 제 이름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입니다."
개인이 1억원을 기부하면 '아너소사이어티' 명칭을 얻게 된다. 사회를 위해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면서 뒤따르는 하나의 명예다.
이종윤(84'사진) 옹은 현금이 아닌 자신이 쓴 책 2천200여 권을 기증했다. 책값으로 환산하면 1억3천만원이 넘는다. 말하자면 책 기증의 아너소사이어티인 셈이다. 이 옹이 기증한 책은 '알고 보면 쉬운 사자성어 대사전'(권당 7만원)과 '읽을수록 재미있는 고사성어'(5만원) 두 권이다. 각각 1천권, 1천200권을 전국 대학교와 공공도서관 등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이 옹은 "출판사에 책 기증 의사를 밝혔고 이를 위한 배송비 등은 전부 내가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이 옹은 지난 2011년 '알고 보면 쉬운 사자성어 대사전' 초판을 내놨다. 경찰공무원(총경) 퇴직 후 6년간의 작업을 거친 책이다. 처녀작을 내놓은 지 4년이 지난 이달 8일 이 옹은 '사자성어 대사전' 증보판과 함께 고사성어 책도 내놨다. 증보판에는 각 사자성어에 들어가는 한자 5만2천 개의 뜻글을 추가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이 옹이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이다. 그는 "나의 삶이 끝났을 때 사람들이 이종윤이라는 인물에 대해 좋은 기억이 남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는 책을 만들고 무상 기증하게 한 원동력이다.
이 옹은 지난 2011년 첫 책을 출간했을 때도 1천 권을 무상 기증한 바 있다. 그는 "그때 고려대와 이화여대에 다니는 손주들이 자기 학교 도서관에 할아버지가 쓴 책이 있다며 연락해왔다"며 "정말 뿌듯했다"고 행복해 했다.
이번에 책을 기증한 곳은 대구경북 11개 도서관과 43개 대학을 포함해 전국 298개 대학도서관, 200여 개 공공도서관 등이다. 이번 기증을 위해 택배비와 출판비 등 사비 4천만원이 추가로 들었다. 그는 "내가 좋아하고 아는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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