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맛에 단골] 권기웅 씨와 친구들 '돼지만 왕소금구이'

권기웅(29) 씨가 친구와 함께
권기웅(29) 씨가 친구와 함께 '돼지만 왕소금구이'를 찾아 삼겹살이 다 구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욱 대표가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고기를 굽고 있다.
(사진위 왼쪽)
(사진위 왼쪽)'돼지만 왕소금구이'의 또 다른 별미인 돼지사태 김치뚝배기. (사진위 오른쪽)'돼지만 왕소금구이' 김영욱 대표.

최근 요식업계의 유행 중 하나가 '고기를 구워주는 고깃집'이다. 손님이 직접 고기를 굽던 예전 고깃집과 달리 종업원이 불판 옆에 서서 저만의 비법으로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도록 고기를 구워주는 가게가 늘고 있다. 이런 유행을 따라 우후죽순 생겨난 고깃집들 사이에서 '돼지만 왕소금구이'는 "모양이 같다고 똑같은 맛을 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식당을 연 지 5년, 고기를 다뤄본 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쌓아 온 고기 다루는 방법은 어디서도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 '돼지만 왕소금구이' 김영욱(38) 대표의 자부심이다.

◆ "여기 고기만 생각나요"

'돼지만 왕소금구이' 근처 다른 가게에서 일한다는 권기웅(29) 씨가 김영욱 대표의 자부심을 증명하겠다고 나섰다. 1주일에 한두 번은 꼭 친구와 소주 한잔 기울이거나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러 이곳에 온다는 권 씨는 '돼지만 왕소금구이'의 고기 맛에 대해 "돌아서면 자꾸 생각나는 맛"이라고 했다. 권 씨는 "여기 종업원 분들이 먹기 좋게 구워놓은 고기의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톡 건드리기만 해도 육즙이 주르륵 흐를 것 같은 모습"이라며 "직접 먹어봐도 고기가 너무 부드러운 데다 쉽게 퍽퍽해지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는다"고 말했다. 고기가 도착하기 전부터 권 씨의 예찬은 끊어질 줄 몰랐다.

불판이 달궈질 무렵 두툼하게 썬 삼겹살이 도착했다. 김 대표는 불판을 고기에 올리기 전 총같이 생긴 도구로 불판에 레이저 빛을 쏘았다. "적외선 온도계로 불판의 온도를 체크하는 것"이라고 말한 김 대표는 "고기를 가장 맛있게 구울 수 있는 온도인 230℃ 이상으로 불판이 달궈졌을 때 고기를 올린다"고 말했다. 불판이 김 대표가 말한 온도로 달궈지자 삼겹살이 올라갔고, 그 뒤에 고기를 굽는 모든 절차는 김 대표가 맡았다. 가위와 집게를 든 모습이 마치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처럼 보였다.

"일단 고기를 그냥 드셔보세요." 고기가 다 구워지자 김 대표가 고기 한 점을 권한다. 고기의 비주얼은 권기웅 씨가 말한 대로 '톡 건드리기만 해도 육즙이 흐를 것 같은' 모습이었고 비계 부분도 왠지 탱글탱글한 느낌이었다. 고기를 소금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찍지 않고 한 점 맛을 봤다. '육즙이 흐른다'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 깨달으며 돼지고기 본연의 고소함이 느껴졌다. 권 씨는 "굳이 다른 소스나 특이한 쌈 싸먹을 필요 없이 소금만 살짝 찍어 먹어도 충분히 맛있다"고 말했다. 한창 고기 맛을 음미하고 있던 기자에게 권 씨가 한마디 했다. "정말 내일 되면 여기 고기가 생각나실 걸요?"

◆숙성과 온도의 절묘한 조화

소금을 찍지 않고 고기를 먹었을 때 느껴지는 풍부한 육즙과 부드러운 육질의 비결은 김 대표가 고기를 다루는 비법에 있었다. 김 대표가 공개한 첫 번째 비법은 '노란 돼지'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노란 돼지는 검은색 듀록 돼지와 흰색 요크셔 돼지를 교배해 털 색깔이 노랗다. 김 대표는 "노란 돼지는 적당한 지방과 함께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가 적다는 장점이 있어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축한 노란 돼지를 0℃의 냉장고에서 5~7일간 숙성시키는 것이 다음 비법이다. "고기를 숙성시키면 육질이나 풍미가 좀 더 좋아진다"고 김 대표는 주장한다. 좋은 품종에 숙성 과정까지 거친 고기를 230℃ 불판 위에 올려 구워내면 '돼지만 왕소금구이'만의 고기 맛이 완성되는 것이다.

고기를 다 먹고 나면 으레 주문하게 되는 된장찌개는 소 사골 육수를 기반으로 만들어 구수함이 한층 깊다. 그러나 돼지로 시작해서 돼지로 끝을 보고 싶다면 '돼지사태 김치 뚝배기'를 추천한다. 돼지 사태살과 김치로 칼칼한 맛을 낸 뚝배기 찌개 한 그릇이면 절로 소화가 되는 느낌이다.

'돼지만 왕소금구이'는 근처 동네에서는 이미 '맛집'으로 입소문이 꽤 나 있는 상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일상의 피곤함을 소주 한 잔으로 풀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이만한 곳도 없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김 대표는 "'모양이 같다고 똑같은 맛을 낼 수 없다'는 것은 나의 오랜 신조"라며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우리 가게의 고기 맛을 느껴 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돼지 생삼겹살, 생목살, 특수부위=150g 당 8천500원 ▶돼지사태 김치뚝배기=6천원 ▶묵은지 김치소면=3천원

▷영업시간=낮 12시 ~ 오후 11시 30분

▷규모=100여 석

▷주차=가게 앞 20여 대 주차 가능.

▷문의=대구 달서구 상인3동 1552-1, 053)636-9233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weekly@msnet.co.kr

사진 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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