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한 재무설계] 차명주식 입증…영수증 없으면 정황증거라도

명의신탁약정서 작성하지 않으면 명의자 사망시 소유권 분쟁 불가피

25년째 섬유업체를 운영 중인 차민호(가명'65) 씨는 성공한 중소기업인에 속한다. 이제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고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기업 승계를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던 차 씨는 현재 큰 벽에 부딪혔다. 바로 명의를 빌려 주식을 분산했던 차명주식 때문. 상법상 주식회사 설립 요건을 맞추기 위해 했던 차명주식이 지금에 와서는 차 씨의 발목을 잡게 된 셈이다.

◆차명주식, 명의자가 사망하면 입증하기 어렵다

차 씨가 회사를 설립한 1990년의 상법을 보면 '주식회사 설립에는 7인 이상의 발기인이 있어야 하고, 이사는 3인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차 씨도 상법상 주식회사 설립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부득이 발기인과 이사로 등재할 사람이 필요했다. 물론 명의를 빌려준 명의자들이 출자를 한 것은 아니다. 출자는 전부 차 씨의 자금으로 자본금을 충당했다.

명의자들은 모두 차 씨의 친인척, 친구, 직원들로 채웠다. 물론 명의를 빌린다는 명의신탁약정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모두 지인들이라 소유권 분쟁도 없거니와 명의를 빌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약정서를 작성하자는 말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차 씨 돈으로 자본금을 충당했다는 영수증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는 차 씨뿐만 아니라 차명주식 문제를 안고 있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그렇다.

현재 차 씨 회사의 기업가치는 거의 100억원에 육박한다. 그동안 사업에 전념하느라 차명주식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던 차 씨. 최근 차명주식 문제로 분쟁을 겪은 지인의 사례를 보고 겁이 덜컥 났다. 그 지인은 명의자가 사망하면서 명의자의 상속인이 차명주식을 상속재산에 포함해 상속세를 신고하고 소유권을 주장한 것이다. 그 지인은 명의자가 사망하면서 명의를 빌린 차명주식이란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결국 상당한 현금 보상을 하고 합의하에 차명주식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차 씨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명의자 중 한 명이 지금 투병 중이기 때문에 차명주식 해결에 발벗고 나서게 된 것이다.

◆차명주식을 액면가로 저가 양수도하면 세금 폭탄

차명주식을 해결하기 위해 명의자로부터 액면가로 주식을 찾아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조심할 일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주당 수십만원의 가치를 가진 주식을 액면가로 거래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 과세 당국으로부터 소명을 하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소명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거액의 증여세 또는 양도소득세를 물게 된다. 특히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간의 저가 양수도의 경우는 더욱 문제가 된다. 물론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가 아니더라도 거래가격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소명하지 못하면 증여세가 문제 된다.

차 씨도 액면가로 차명주식을 양수도하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3년 전 한 명의 명의자로부터 액면가로 양도받은 주식이 있단다. 만약 차 씨가 과세 당국으로부터 저가 양수도에 따른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부과받게 되면 차명주식임을 적극 주장해야 한다. 차명주식임을 인정받게 되면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는 내지 않고 주식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세만 문제 된다. 따라서 차 씨도 지금부터 차명주식임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준비하는 등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명의를 빌렸다는 증거를 최대한 수집하라

과세 당국으로부터 차명주식임을 인정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실제 소유자가 자본금을 충당했다는 입금 영수증이다. 그러나 대부분 차명주식의 실제 소유자가 이런 영수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수 십 년도 더 지난 과거의 일이고, 또한 당시에는 이런 영수증이 중요하리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차 씨도 물론 영수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두 번째는 당시 주식 명의신탁약정서를 작성하고 공증을 받은 경우다. 명의자가 대부분 친인척이나 친구 등 잘 아는 사람들이라 공증은 고사하고 명의신탁약정서를 작성한 경우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차 씨도 구두약정만 했을 따름이다.

세 번째는 명의신탁 다툼이 있는 판결문이다. 이런 것들이 차명주식의 입증을 위한 직접증거에 해당한다. 과세 당국으로부터 쉽게 차명주식임을 인정받게 된다.

문제는 직접증거가 없는 경우이다. 차 씨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직접증거가 없다고 모두 차명주식임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법률전문가와 상의하여 차명주식임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정황증거를 최대한 수집해야 한다.

당초 명의를 빌릴 수밖에 없었던 사정, 그리고 명의자가 실질적인 주주권을 행사했는지 여부, 경우에 따라서는 판결문도 필요하다. 작은 단서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준비를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도움말=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 재무상담클리닉센터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