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국내 첫 번째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의 폐로(廢爐)를 확정했다. 결국 원전 해체는 당면 과제가 됐다. 특히 향후 수십 년 동안 국내 노후 원전의 상당수가 고리1호기의 운명을 뒤따를 것으로 보여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원전해체기술산업 종합연구센터(이하 원해연) 유치전에 불이 붙고 있다. 현재 경주를 내세우고 있는 경상북도와 부산, 울산이 사활을 걸고 원해연 유치에 나서고 있는 상황.
원해연은 사용이 끝난 원자력 시설을 안전하게 철거해 부지를 원래의 자연상태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시설이다. 이에 부산은 고리1호기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폐기되는 원자력발전소가 된 만큼 이를 해체하는 연구시설도 반드시 부산에 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특히 서병수 부산시장은 최근 김기현 울산시장과 손을 잡는 동시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부산'경남'울산 지역 정치권과 연대해 원해연을 부산에 상륙시키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고강도 압박을 넣고 있다. 이에 대응해 경북도는 국내 원전의 절반이 몰려 있고 방폐장과 한수원 본사가 들어서고 있는 경주에 원해연이 와야 한다며 배수진을 치고 총력 대응에 나선 상태다.
◆335조원 세계 원전 해체 시장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 23기 중 12기가 2030년 설계수명을 다한다. 세계적으로는 450기 중 120기가 같은 시기에 멈춘다.
원전 선진국들이 바라보는 폐로 산업은 이른바 '뜨는 태양'이다. 미국의 폐로 업체인 에너지솔루션 측은 "한국의 폐로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폐로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해외기업들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원해연 사업에 나선 이유다.
폐로 비용은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와 한수원은 1기당 폐로 비용을 2003년 말 3천251억원으로 잡았다가 10년 만에 6천33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하지만 세계의 평균 폐로 비용인 6천546억원에 못 미치며, 일본(9천590억원)'미국(7천800억원) 추산 금액보다도 낮다.
우리 정부가 내놓은 추정치대로 계산하더라도 2050년이 피크로 보이는 해체 시장은 국내 시장만 14조원에 이른다. 세계적으로는 원전 해체 시장이 33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건설된 시장 규모만을 두고 내린 전망치이다. 세계원자력협회는 2030년까지 원전 시장 규모는 430여 기가 신설되며, 금액으로는 1천200조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전을 포함한 원자력(연구소, 핵 주기시설 등) 해체 시장 규모도 2050년 1천조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거대한 블루오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산업 관련 생산'연구'교육지원 기능의 집적과 기술력 제고, 전문기술 인력 양성과 기술 표준화를 서둘러야 한다.
◆1천473억원 들여 원해연 설치
원해연은 사용이 끝난 원자력 시설을 안전하게 철거해 부지를 원래의 자연상태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시설이다. 해체 연구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설치하고,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관련 분야 전문인력도 양성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현재 원해연 설립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며, 2019년까지 1천473억원을 들여 7천550㎡ 규모의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원전 해체 기술의 실증과 검증이 가능한 연구장치 등이 주요 시설로 들어선다. 제염(방사성 오염제거), 고도의 원격 절단 및 이송, 해체 폐기물 처리 연구시설 등이다.
한수원은 현재 우리나라 기술은 선진국 대비 70% 정도라고 주장한다. 그만큼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관련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원해연은 올해 안에 유치 지역이 결정되면 2028년까지 13조4천554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만약 원해연이 경주에 유치될 경우, 당장 관련 기업과 산업들의 유치가 이뤄지는 막대한 효과가 기대된다.
◆왜 경주인가?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원자력 시설 해체는 정부, 지자체 주도하에 원전 해체 관련 공기업(한수원,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간 체계적 협력하에 추진해야 하는 국책사업인 만큼 경북이 최적지"라면서 "특히 설계(한국전력기술), 건설'운영(한수원), 정비(한전KPS), 방폐물 처리처분(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한곳에 모여 있어 원자력의 단계적 처리가 완벽하게 이뤄지는 경북에 원해연이 들어와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의 말처럼 경북에는 원자력 관련 핵심기관인 한수원(경주)과 한국전력기술(김천)은 물론 원자력 해체 필수기관인 원자력환경공단 및 방폐장이 있다. 해체 기술을 연마하는 원해연만 들어서면 전주기 기관 보유로 인해 해체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전국에서 유일하게 해체 대상 원자로 유형인 경'중수로 모두를 경북이 보유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 원해연이 들어설 경우 중수로 전문 원해연이 별도로 설립돼야 한다고 도는 설명했다.
또 도는 경북에는 방폐장'원전 등 온통 기피시설만 들어서 있지 산업'연구기관(서울 3, 대전 8, 부산 5, 전북 1)은 하나도 없는 점을 들고 있다.
게다가 한수원 입장에서도 해체센터가 경주에 들어오기를 바랄 수 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월성원전1호기의 계속운전 문제 ▷방폐장의 원활한 운영 등 현안을 앞두고 지역 주민들의 설득과 이해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해체센터가 절실한 것이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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