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상규정 없습니다" 피해 농가 또 울리는 재해보험

15일 청송군 부남면 대전3리 심종택 씨 과수원. 심 씨는 지난 4월 사과생산량에 극심한 타격이 될 냉해를 입었다. 농작물 재해보험을 든 심 씨는 보험회사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지만 보험사는
15일 청송군 부남면 대전3리 심종택 씨 과수원. 심 씨는 지난 4월 사과생산량에 극심한 타격이 될 냉해를 입었다. 농작물 재해보험을 든 심 씨는 보험회사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지만 보험사는 '보상 근거가 없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이날 심 씨는 열매가 달렸어야 할 빈 가지를 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전종훈 기자

지난 15일 오전 청송군 부남면 대전3리 한 과수원. 이맘때쯤이면 사과나무 열매의 굵기를 키우기 위해 여러 개 달린 열매 중 하나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따내는 '적과'를 하지만 이 과수원은 달린 열매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성인 남자 한쪽 팔뚝 크기의 가지에 최고 1~3개 정도 열매가 달렸어야 하지만 이 과수원에는 열매가 전혀 달리지 않은 가지가 수두룩했다. 과수원 주인 심종택(56)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과수원을 돌며 사과나무를 확인하지만 이미 결실이 끝난 나무에서 더는 열매를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했다.

"10년생 이상 사과나무는 한 나무에 보통 80㎏의 사과를 따지만 지금 달린 열매로 볼 때 예년의 20% 수준밖에 안 된다. 투입되는 노동력이며 비용이 똑같이 들어가는 데 생산되는 사과가 이렇게 줄어드니 가슴이 타들어갑니다." 심 씨는 하소연했다.

지난 4월 말부터 고온현상이 지속하면서 예년보다 사과나무의 개화가 빨라진 것이 원인이 됐다고 심 씨는 얘기했다. 봄철 일교차가 크고 새벽에 영하까지 기온이 떨어지면서 나무에 핀 꽃이 얼어붙어 열매 맺기에 영향을 준 것이다. 청송은 이 시기에 사과재배 93농가 79ha와 복숭아 재배 1농가 1ha에서 열매 결실 불량의 피해가 발생했다.

농민들을 두 번 울린 것은 재해보험이었다. 심 씨를 포함해 이들 피해농가 대부분이 재해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회사는 열매 결실 불량에 대한 보상은 약관에 없다며 보상을 거부한 것이다.

보험회사 측은 "우박이나 서리 등 실질적인 냉해 피해로 열매가 피해를 본 것과 달리 달리지도 않은 열매에 대해서는 보상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농가들은 "매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보험료를 내고 있고 사과 시세가 높아지면서 전년 대비 할증액까지 부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보험사의 보상 기준은 더욱 엄격해지고 높아져 실제로 피해를 봐도 보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북 도내 과수농가에서 "농작물 재해보험이 실질적인 농가 피해를 보완해 주지 못 한다"는 호소를 내놓자 사과 주산지 청송군의회가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청송군의회(의장 이광호)는 최근 제209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를 열고 의원공동발의(대표발의 현시학 의원)로 '농작물 재해보험 지원을 위한 건의문'을 채택했다.

청송군의회는 건의문을 통해 ▷재해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손실보전으로 열매 결실 불량 농가에 대해 지원책을 마련하고 ▷보험대상 재해의 확대와 지역'품목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보험상품 개발로 농가의 보험가입을 적극적으로 유도 ▷보험료 책정 때 시'군별로만 범위가 나뉘어 있어서 읍'면별까지 세분화하면 요율이 상승하므로 이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요구안을 만들었다.

현시학(49) 청송군의회 의원은 "농민을 보호하려고 만든 보험이 오히려 농민들에게 큰 상처를 준 꼴이 됐다"며 "정부와 관련기관 등에 실질적 대책 마련을 강력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송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