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작가로 알려진 구명본의 작품에는 한국의 정서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소나무' 외에 '여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여백은 그냥 화폭 상의 균형을 이루는 공간이 아니다. '하늘'이다. 캔버스 속 하늘은 비록 색을 입었지만 텅 비어 있는 무한한 우주의 느낌을 준다. 그 아래 소나무 한 그루가 덩그렇게 서 있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텅 빈 공간의 고고한 모습이기도 하고 곧은 절개를 상징하듯 홀로 푸르고 푸른 독야청청을 연상케 한다.
구 작가는 '허공과 실체'를 합치는 작업을 즐겨 선택하는 것에 대해 "여백이 작품 전체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며 "회화에 있어 공간은 새로운 차원의 지각과 더불어 선과 형상을 만들고 무한한 회화의 세계로 이끌어 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구 작가의 작품에서 여백을 단순한 예술행위의 부산물이 아닌 의도적으로 표현한다. 그만큼 여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소나무'라는 테마를 제외한 '여백'의 공간은 관람자의 관점에 따라 단순한 여백이 될 수도 있고, 특정한 공간이 될 수도 있는 무한의 가상적인 공간으로 자리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나무는 사실적인 소나무 자체의 질감보다 무한 공간, 즉 올곧은 직선 또는 흐트러진 곡선을 하늘로 치솟게 한 듯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구 작가 역시 "공간이라는 개념은 보는 이들이 자유롭게 느끼며, 일부나마 무아의 경지에서 작품 속으로 빠져들 수 있도록 관람객의 몫에 맡겨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의 캔버스에 담긴 소나무의 조형미 중 곡선의 경우, 가장 보편적인 특징이 외부에 나타나는 곡선을 넘어 특유의 내면세계를 형상화해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난 소나무의 단순한 형태미보다 다양한 곡선에다 자연주의 철학이 가미된 여러 가지 의미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수성아트피아 이미애 전시기획팀장은 "그의 자연주의는 이미 체질화된 소박한 자연관을 바탕으로 작위적인 작업을 거부하고 한국인의 정신적 전통인 대우주의 자연으로 귀의하려는 자연관을 통해 담담한 회화적 특성에 끊임없이 천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30일(화)부터 7월 5일(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전시실에서 마련되며, 소나무 작품 30여 점과 오브제 작품 20여 점 등 50여 점이 전시된다. 053)668-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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