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가족들이 곤히 잠든 시간에 이순희(58) 씨는 눈을 뜹니다.
아침밥을 안치고 가로등만 켜진 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를 누비며 신문 배달에 나서는 시간입니다.
순희 씨에게 조간 매일신문은 '평생 친구'입니다. 지난 21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신문을 배달했습니다.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반찬 값이나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10여 분 만에 대구 달서구 성서지국에 도착, 수송차로 미리 운반된 신문 135부를 받아들고 배달에 나섭니다.
배달에 걸리는 시간은 2시간 30분. 일을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아침 8시가 조금 안 됩니다.
30대 중반의 젊은 시절에 시작한 신문 배달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매일 신문꾸러미를 안고 가파른 계단과 언덕을 오르내릴 때면 다음 날 종아리에 단단한 알까지 생겼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매일신문에 대서특필된 뉴스가 나올 때면 자신도 모르게 흥분돼 발걸음이 빨라지고 그동안 쌓인 피로도 싹 달아납니다.
순희 씨는 착합니다. 지난달 새벽에 이곡동 상가에서 신문을 돌리던 중 바닥에 떨어진 4천50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주웠습니다. 쿵쿵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바로 경찰서에 갖다 줘 다음 날 주인한테 돌려줬습니다.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 수표 주인도 매일신문 독자였습니다.
순희 씨는 의리가 있습니다. 신문 배달로 들어오는 돈은 그리 많지 않지만 어려운 이웃을 찾아 베푸는 마음씨가 한결같습니다.
아침 신문, 매일신문은 순희 씨처럼 독자 여러분과 사랑과 정(情)을 나누는 평생 친구가 되겠습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