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 테니 입 다물라는 거죠. 이런 게 전통시장 상생을 위한 노력이랍니다."
포항 두호동 복합상가 롯데마트 입점과 관련(본지 8일 자 1'3면 보도 등), 시행사 측이 지역상인들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돈을 지급해가며 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마트 입점에 대한 상인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돈 잔치를 벌인 것이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 등 지역상권의 지속적인 발전보다는 당장 자본의 힘으로 위기만 피해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행동을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두호동 복합상가 시행사인 STS개발과 두호시장 상인들이 맺은 상생협력합의서를 보면 업체 측은 시장 상인회에 1억2천만원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협약서에는 두호시장 상인의 롯데마트 우선 입점 협의와 기타 대형마트 규제법에 따른 영업시간 준수 등도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 어떻게 돈을 지급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과 향후 개발 및 점포등록 등 롯데마트의 행정사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양측은 이를 위해 협약서 외에도 발전기금 지급 확약서까지 함께 교환했다. 이처럼 돈을 통한 회유는 두호시장만이 아니라 다른 인근 전통시장에서도 똑같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전통시장 상인 A(50) 씨는 "상가 관리소장을 통해 롯데쇼핑 측이 준 돈을 1인당 200만원씩 받았다"면서 "안 받으려고 해도 다른 상인들이 '어차피 롯데마트는 들어선다. 그때는 돈도 못 받고 피해만 볼 텐데 당신이 책임질 테냐'라고 이야기해서 너무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이렇듯 돈 지급으로 확정된 상생협약은 법원 판결에 의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지난해 6월 롯데마트와 포항시가 벌인 행정소송에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생협약은 전통시장의 보존과 지역상권의 활성화를 얻기 위함이나 당장의 현금보상은 다소 무리하게 추진한 부분이 엿보인다"고 밝히고, 포항시의 손을 들어줬다.
STS개발 관계자는 "보상금은 지역상인들이 공영주차장을 짓는 등 향후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준 것이지 돈으로 무마하려는 것은 아니다"면서 "현금보상만이 아니라 상인들을 위한 마트 내 점포 우선 제공,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교육 등 장기적인 방안도 함께 약속드린다"고 해명했다.
포항시 창조경제국 이기권 국장은 "지금까지 업체 측이 제출한 상생협약을 보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보다는 당장의 불만을 줄이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다 만족할 수야 없겠지만은, 지역상권에 장기적으로 직접 도움이 되는 기여방안을 제시해야 진정한 상생협약의 첫 단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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