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계신 대머리들의 아픔을 대변해 대머리가 진행 중인 기자가 용기를 내서 편견에 맞선다.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 편견의 최대 희생자들이 대한민국 대머리들이 아닌가 싶다. 요즘은 동안(童顔)과 소두(小頭)가 대세라, 대머리로 인한 노안(老顔)에다 대두(大頭)까지 겹쳐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 가장 현명한 대처 방안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참다 참다 심하다 싶으면, 그 상황에 맞게끔 슬그머니 한마디 받아치면 된다.
5년 전에 이런 일도 있었다. 취재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기자를 몇 번 봤던 취재원이 "머리 까진 사람 아직 안왔느냐"고 종업원에게 물어보는 장면을 목격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초등학교 동창회를 나갔을 때도 그동안의 안부를 묻기보다 "너 어쩌다 대머리가 됐느냐?"며 정말 큰 병에 걸린 환자 취급을 하기도 했다. 자영업으로 성공한 한 젊은 CEO는 사석에서 기자와 만나,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왜 이렇게 삭았느냐. 50세가 넘은 줄 알았습니다"라고 말해 어이없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살짝 열이 올라 한마디 받아쳤다. "동안이 자랑입니까? 철없는 말을 들으니, 당신 참 정신세계까지 진정한 동안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실 편견에 맞서기란 싶지 않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까지 소비하며,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3년 전에는 '대머리 기자'라는 말이 싫어서, 수염을 많이 길러 '털보 기자'로 변신도 시도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털보 기자'라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니었다. 탈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부끄럽지 않게 여기며, 당당하게 '숀 코너리 닮은 기자'로 우뚝 서는 일이었다.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전국의 대머리들에게 외쳐본다.
"대머리'대두는 경제적 여유가 있고, 성격이 좋고, 정의감이 넘치고, 보너스로 정력까지 센 사람들이 많다는 새로운 긍정 편견을 주입하도록 힘을 합칩시다."
권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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